[안성찬의 골프이야기]기브와 오케이, 그리고 ‘셀프 컨시드’

입력 2017-07-3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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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동반자가 실수를 해줘야 재미가 배가 된다. 이 때문에 4명이 플레이하면 4명이 모두 즐거운 이유가 있다. 내가 실수하면 동반자 3명이 신난다. 그런데 내가 잘 치면 내가 신바란난다.

1점에 1000원 짜리 내기를 할 때. 누가 벙커에 들어가서 여러번 쳐보라. 뒤돌아서서 숫자를 세기가 바쁘다. 겉으로는 안됐다고 말하면서도. ‘양의 탈을 쓴 늑대’가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골프는 내가 잘 쳐서도 상대방을 이기지만, 상대방 실수가 나의 행복이 되기도 한다.

이것은 아마추어 골퍼의 얘기다.

프로골프대회나 아마추어라도 대회에서는 치명타가 되는 것이 실수다. 골프는 실수를 적게 하는 사람이 이긴다고 하는 말이 이 때문이다.

우리는 접대가 아니더라도 볼을 홀에 가깝게 붙이면 대개 컨시드(concede)를 준다. 우리는 쉬운 표현으로 오케(okey)이나 기브(give)를 외친다.

컨시드는 홀 매치(hole match) 게임에서 그린 위의 볼을 원 퍼트로 홀에 넣을 수 있다고 인정한 경우에 이후의 퍼트를 면제해주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플레이어 자신이 스스로 주는 셀프가 아니다. 반드시 상대방이 줘야 한다. 위반하면 벌타를 받아야 한다.

재미난 사실은 셀프는 절대로 안되지만 친선으로 우리는 ‘셀프 오케이’가 습관화 돼 있다. 30cm도 안되는데 홀에 볼이 안들어가겠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골프를 잘 몰라서 하는 얘기다. ‘내기꾼’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전반에 작은 내기를 할 때는 홀에서 멀거나 가깝거나 하면 무조건 기브를 준다. 후반들어 판이 커지면 아무리 짧은 퍼트 거리도 ‘옆 라인이 심하다’,‘내리막이다’등등 핑계를 대면서 오케이를 잘 안준다. 전반에 짧은 퍼트를 그냥 넘어갔기에 상대방은 당황(?)한다. 또한 쇼트 퍼트를 하지 않고 홀아웃을 해왔기에 짧은 거리를 종종 놓치는 것이다. 1m 이내의 거리에서도 3퍼트를 하기 일쑤다. 그럼에도 이는 어디까지나 친선으로 하는 아마추어 골프이기에 그려려니 한다.

▲안신애.사진=KLPGA 박준석 포토
▲안신애.사진=KLPGA 박준석 포토
하지만 명예와 상금이 걸리고, 우승컵이 주어지는 대회라면 달라진다. 지난주 미국 주니어대회에서 묘한 ‘컨시드’가 나와서 눈길을 끌었다.

매치플레이로 열린 US여자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15㎝ 컨시드를 놓고 ‘셀프 컨시드’를 줘 결국 퍄하는 사건이다. 29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오거스타의 분 밸리 골프클럽에서 끝난 US여자주니어골프 선수권대회 준결승전. 에리카 셰퍼드와 엘리자베스 문(이상 미국)이 맞붙었다. 4강전은 승부를 내지 못하고 연장전.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셰퍼드가 먼저 파로 홀아웃했다. 문은 1.2m 버디 퍼트를 남긴 상황. 문의 버디 퍼트는 홀을 살짝 비켜갔다. 볼은 홀과 약 15㎝에서 멈췄다. 문은 별생각 없이 볼을 집어 들었다. 이것이 문제였다.

셰퍼드가 “나는 그 볼에 대해 컨시드를 준 적이 없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된 것이다. 경기위원회는 문에게 1벌타를 부과했다. 셰퍼드가 극적으로 결승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셰퍼드는 “나는 컨시드를 준 적이 없다”며 “사실 문의 버디 퍼트 때 나는 눈을 감고 있었는데 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눈을 떠보니 이미 볼을 집어 들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셰퍼드는 “그 상황을 내가 보고 있었다면 당연히 컨시드를 줬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셰퍼드는 30일 결승에서 재미교포 제니퍼 장을 제치고 우승했다.

아무리 홀과 가까워도 볼이 모두 들어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물론 우리가 흔히 퍼티 그립만큼 오케이는 주는 것은 대부분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추어들은 동반자들이 친구이거나 접대골프이기 때문에 오케이를 남발한다. 아무리 친선이라도 ‘셀프 컨시드’는 조금 조심을 하자. 더블파를 한 동반자가 별로 유쾌해 하지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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