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금융그룹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이하 MUFG)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파를 피해 EU 지역 투자은행 사업 거점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MUFG는 암스테르담에 EU 투자은행 본부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당 방안은 현재 MUFG의 런던법인에 있는 약 2100개의 일자리 일부를 암스테르담으로 옮기는 방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식통은 암스테르담에 제2본부가 세워진다고 해도 초기 이동 인원은 100명이 채 안 될 것으로 예상했다.
FT는 MUFG의 암스테르담행은 ‘포스트 런던’ 자리를 놓고 유럽 주요 도시 간의 글로벌 금융사 유치전이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대형 금융기업 중 암스테르담행을 계획 중인 은행은 MUFG가 처음이다. MUFG의 일본 경쟁사인 노무라와 다이와,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SMFG) 등은 브렉시트 이후 투자은행 사업 본부를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몇 주 새 글로벌 금융기업들은 탈(脫) 런던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브렉시트 협상 결과가 나오기까지 정치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여기에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최근 글로벌 은행들에 브렉시트로 인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재촉하는 것도 이들의 탈 런던 계획을 부추겼다.
그간 네덜란드 정부는 글로벌 금융기업 유치전에서 독일 등 다른 유럽국가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독일은 씨티그룹과 모건스탠리, 스탠다드차타드 등을 유치했고, 아일랜드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바클레이스를 유치했다. 프랑스는 HSBC를 유치했으며 최근 글로벌 금융기업을 상대로 대대적인 유치행사를 벌이는 등 공개 구애에 나서고 있다.
네덜란드가 글로벌 금융기업들의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규제에 있다. 네덜란드는 은행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20% 이상을 보너스로 지급할 수 없도록 하는 등 보너스 지급에 대해 EU 법보다 더 엄격한 규제를 적용해왔다. 반면 다른 EU 역내 은행들은 투자자들의 동의가 있다면 직원들에게 최대 기본급의 2배를 보너스로 지급할 수 있다. 이에 네덜란드 정부는 고용조건에 단서를 달아 보너스 상한선 예외 적용을 약속하며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유로스타 고속철이 내년부터 네덜란드까지 운영되면서 지리적 요충지로 매력이 커져 암스테르담도 포스트 런던으로서 상당한 가능성을 가진 도시라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