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보복 장기화…무너지는 무역 질서](中)

입력 2017-08-0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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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놓은 정부, 기업은 냉가슴…동반진출 기업까지 전방위 피해 확산

지난달 27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 간의 간담회에서 구본준 LG 부회장은 “우리가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을 하는데, (중국이) 아예 일본 업체 것은 ‘오케이’하면서 한국 것은 안 된다고 명문화 비슷하게 만들어놨다. 중국 차에 (배터리를) 못 판다”고 토로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문제 해결에 다들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답했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사드 보복과 관련해 “호텔을 조그맣게 (운영) 하는데 완전히 빠지고, 면세점에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완전히 죽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을 때도 문 대통령은 “그 부분(사드 보복)은 완화됐나”라며 걱정을 표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정부가 촉발한 사드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경제보복을 최전선에서 얻어맞고 있는 기업들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 등은 전혀 없었다.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는 말은 곧 지금까지는 사명감이 없었다는 뜻일 수 있고, “완화됐냐”는 물음은 “상황을 잘 모른다”는 고백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정치·외교적 갈등의 유탄을 맞은 기업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 정부가 한국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하면서 삼성SDI와 LG화학은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감내하는 중이다. 지난달 2일 중국 당국이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대상 목록에서 또 제외됐다. 두 회사의 중국 내 공장 가동률은 30%대에 머무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뺀 이유에 대해 별다른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2015년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유치로 현지 공장을 건설했는데, 지금에 와서 이러는 것을 보면 사드 배치에 대한 경제보복 성격이 크다”고 말했다.

대기업은 물론, 납품 업체와 현지 동반진출 기업들까지 2차, 3차 피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7년 2분기 중국 진출 한국기업 경기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76%가 ‘한중 관계 악화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1분기(66%) 대비 10%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특히 자동차 업종 피해가 가장 크다.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중국에 43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46.7% 감소한 수치다. 현대기아차의 판매 감소 충격은 고스란히 협력사로 이어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현대기아차의 주요 협력사인 성우하이텍과 평화정공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유통 업종도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산 화장품의 통관 불허 건수 증가하며 수출액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중국 롯데마트는 소방법, 시설법 위반 등을 이유로 무더기 영업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사드 보복이 현실화된 지난 3월 이후 롯데마트가 받은 피해액은 약 50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우리 정부는 중국과 다각적인 채널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먼저 철회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내세우고 있어, 협상이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이 가시화된 뒤 산업계의 피해가 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에서도 중국 정부에 경제와 외교안보 문제를 분리해 풀자고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사드 경제 보복으로 피해가 커지는 업종과 기업에 대해 더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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