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후견인, "주주권 대리하게 해달라"… 법원, 동빈ㆍ동주 의견듣고 결정

입력 2017-08-09 10:27 수정 2017-08-0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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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한정후견인이 신 총괄회장의 주주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의 후견인을 맡은 사단법인 선(대표자 이태운)은 지난달 서울가정법원에 '한정후견인 대리권의 범위 변경'을 청구했다. 심리는 가사20단독 김성우 부장판사가 맡고 있다. 성년후견제는 정신적 제약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을 대신해 후견인이 재산관리와 신상보호를 하는 제도다.

사단법인 선은 '후견인이 신 총괄회장의 주주권(株主權)을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은 또 진행 중인 신 총괄회장의 형사사건 변호인 선임권도 달라고 했다. 현재 신 총괄회장은 총수 일가에 '공짜 급여'를 주는 방식 등으로 회삿돈 508억 원을 빼돌리고, 회사에 872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변호는 신필종 변호사 등이 맡고 있다. 장남 신동주(63)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같은 변호인이다.

아직 첫 심문 기일은 열리지 않았다. 법원은 신 총괄회장과 그의 상속인을 모두 불러 심문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을 두고 신동빈(62)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다투고 있는 만큼 이해관계인들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의 상속인으로는 직계비속인 부인 시게미츠 하츠코을 비롯해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회장, 신영자(75)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이 있다. 법원은 후견인과 신 총괄회장 등의 의견을 듣고 최종 결정을 내린다.

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주주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관련 판례가 없다. 성년후견인으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주식을 처분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후견인이 법원 허가 없이 주주권을 대리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신 총괄회장의 경우 범위가 제한적인 한정후견이고, 신 총괄회장이 대기업 총수인 점,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심한 상황 등을 고려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해 8월 신 총괄회장의 여동생 정숙 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한정후견을 개시하기로 결정하고, 후견인으로 사단법인 선을 지정했다. 대법원은 지난 6월 개시 결정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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