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신회사 스프린트가 미국의 3위 이동통신업체인 T모바일과 미국 케이블 TV 기업인 차터커뮤니케이션즈(이하 차터)에 조만간 합병을 위한 공식 제안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스프린트의 마르셀로 클라우레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2분기 실적 발표 뒤 “여러 당사자와 충분한 대화를 나눴으며 곧 (합병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T모바일과 차터에 대한 합병 여부가 곧 판가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 이유다.
스프린트의 모회사인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미국에서 두 번째 큰 케이블 TV 회사인 차터를 인수하고자 공식적인 제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프린트와 차터의 합병이 성사되면 스프린트의 이동통신 기술과 차터의 케이블 TV 네트워크가 결합해 스마트폰 등 모바일 등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스프린트 및 차터 주주에 대한 프리미엄을 지급할 목적으로 소프트뱅크의 자금을 투입하기 위한 새 회사를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프리미엄은 현금과 새로운 회사 주식이 1:1 비율이 될 것으로 WSJ은 전망했다. 소프트뱅크는 이를 위해 3곳의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한 상태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스프린트 주식의 83%를 소유하고 있다. 합병설이 나온 직후 스프린트의 주가는 약 7% 상승해 2일 시가총액 약 354억 달러(약 39조7000억 원)를 기록하고 있다. 차터의 시가총액은 약 1000억 달러이며 부채는 약 600억 달러다.
스프린트의 클라우레 CEO는 차터보다 T모바일과의 합병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동통신업체와 합병을 하면 엄청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미 정부의 반독점 규제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스프린트와 T모바일은 2014년 한 차례 합병을 시도한 적이 있으나 반독점 규제에 부딪혀 무산됐다. T모바일의 존 레저 CEO는 지난달 “무선 사업 부문에서의 경쟁사와의 합병은 배제하지 않는다”면서도 “당장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합병을 위한 스프린트의 여력이 충분한지도 미지수다. 스프린트는 올해 2분기 2억600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 3억2000만 달러 손실에서 흑자 전환한 것이다. 그러나 매출액은 4.5% 감소한 82억 달러를 기록했고 고객 수는 경쟁사에 비해 낮았다. 또 스프린트는 올해 2분기 8만8000명의 후불폰 이용자를 새로 확보했다. 이는 8분기 연속 증가한 수치다. 다만 이 또한 지난해 같은 기간 17만3000건이 추가된 것에 비하면 증가 폭이 줄어든 것이다. 클라우르 CEO는 합병 없이도 실적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견해이지만 “합병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하며 기대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