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의 대명사로 군림한 비트코인이 분열돼 비트코인캐시(BCC)가 등장하면서 가상통화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비트코인 분열을 계기로 가상통화가 자가증식하며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는 양상이 비로소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가상통화 세계에서 분열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도 가상통화 시가총액 2위를 달리는 이더리움이 이더리움클래식으로 갈라지는 등 가상통화 시장은 여전히 미성숙한 측면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가상통화는 끊임없이 자가증식하면서 급속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가상통화 종류는 현재 1025개에 달한다. 특히 최근 3개월간 200개 이상의 새로운 가상통화가 등장했다. 시총 합계는 이날 현재 약 990억 달러(약 111조 원)에 이른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국내총생산(GDP) 93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기업 시총과 비교하면 일본 3위인 NTT도코모(약 920억 달러)와 세계 92위인 영국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약 986억 달러)을 웃돌고 있다.
지난달 중순에는 비트코인 분열에 대한 불안으로 다양한 가상통화에 매도세가 확산되면서 시총이 670억 달러까지 축소됐다. 그러나 이후 분열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완화하면서 가격이 빠르게 회복돼 불과 보름 만에 300억 달러가 넘는 시총을 다시 찾았다.
가상통화 중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것이 비트코인이다. 이번 비트코인 분열에도 일시적 혼란이 우려됐으나 비트코인 가격 하락은 당분간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분열로 비트코인 시총은 약간 줄었지만 현재 446억 달러로, 가상통화 전체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새롭게 탄생한 BCC도 하루 만에 3~4위를 오가고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올해 3월만 해도 시총 비중이 80% 이상이었다. 불과 5개월도 안 돼 그 비중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만큼 가상통화 분산화가 진행됐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이더리움은 눈에 띄게 약진하고 있다. 이더리움의 올해 가격 상승폭은 약 30배로, 비트코인의 3배를 크게 웃돌고 있다. 시총에서도 지난해 이후 계속 2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현재 약 20%다. 이더리움은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계약내용이 자동으로 집행되는 ‘스마트 계약’ 기술로 차별화를 이루고 있다. 이 기술은 기업간 거래나 사물인터넷(IoT) 등에 응용될 수 있어 이더리움의 미래는 비교적 밝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런 이더리움도 지난해 6월 대규모 해킹이 일어난 뒤 해결방법을 놓고 관련 세력끼리 갈등이 일어나 이더리움클래식으로 분열됐다. 이더리움클래식도 시총이 톱10을 유지하고 있다.
가상통화 종류는 다양하지만 시총 상위 10개 통화가 전체의 90% 이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가상통화 각각은 게임에서 쓸 수 있는 ‘게임크레딧’ 등 독특한 특징이 있어 투자자들은 제2의 비트코인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상통화의 극심한 가격 변동에 경종을 올리고 있다. 투자회사 오크트리캐피털의 하워드 막스 회장은 “가상통화는 한 마디로 가치가 없는 것에서 가치를 찾는 움직임”이라며 “일시적인 유행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반면 와세다대학 금융종합연구소의 노구치 유키오 고문은 “가상통화를 통해 지금까지 금융산업에 없었던 획기적인 서비스가 점점 나타나고 있다”고 그 가능성에 주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