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68. 가야 용녀(傭女)

입력 2017-08-0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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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어지럽힌 죄로 유배된 금관가야 왕비

용녀(傭女)는 금관가야 제6대 좌지왕(坐知王·재위 407~421년)의 왕비이다. 좌지왕은 김질(金叱) 또는 김토(金吐)라고도 하는데, 아버지는 제5대 이시품왕(伊尸品王), 어머니는 사농경(司農卿) 극충(克忠)의 딸 정신부인(貞信夫人)이다. 407년 이시품왕이 세상을 떠나고 좌지왕이 즉위하면서 용녀를 왕비로 맞이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용녀가 왕비가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삼국유사’ 가락국기(駕洛國記)에 따르면 좌지왕이 용녀를 왕비로 삼고 용녀의 무리에게 벼슬을 주자 국내가 소란해졌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혼란을 틈타 이웃나라인 신라가 금관가야를 공격하려 모의하였다고 한다.

이때 종정경(宗正卿)인 박원도(朴元道)가 나섰다. “유초(遺草)를 보고 또 보아도 역시 털이 나는데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이겠습니까. 하늘이 망하고 땅이 꺼지면 사람이 어느 곳에서 보전하겠습니까? 또 점쟁이가 점을 쳐서 해괘(解卦)를 얻었는데, 그 점괘의 말에 ‘소인을 없애면 군자가 와서 도울 것’이라고 했으니 왕께선 역(易)의 괘를 살피시옵소서”라고 하였다.

해괘는 ‘주역(周易)’의 64괘 가운데 40번째로, 밖으로는 우레가 동하고 아래로는 험한 물이 있어, 험한 과정을 지나 마침내 풀리는 것을 상징한다. ‘解’자에는 쇠뿔을 뺀다는 뜻이 있고, 쇠뿔을 단숨에 뽑듯이 풀 때는 과감하게 행하여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즉 박원도는 과감하게 용녀와의 관계를 끊어 버리면 나라가 안정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좌지왕은 박원도의 간언(諫言)을 옳은 말이라고 여겨 사과하고는 용녀를 하산도(荷山島)로 귀양 보냈다. 또한 정치를 고쳐 행하여 백성을 편안하게 다스렸다고 한다. 그 뒤 도령(道寧) 대아간(大阿干)의 딸 복수(福壽)를 새로운 왕비로 맞아 아들을 낳았다. 이 아들이 금관가야 제7대 취희왕(吹希王)이다.

대부분의 고대 여성은 어머니로서 혹은 누구의 부인이나 딸이라는 계보상의 존재로 등장한다. 그런데 용녀는 우리나라 문헌 자료에 기록된 첫 유배 사례의 주인공으로 나타난다. ‘삼국유사’에서는 용녀가 유배를 가야 할 정도로 어떠한 정치적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용녀를 왕비로 삼고 그 무리들에게 벼슬을 주자 나라가 소란스러웠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용녀가 왕비가 된 것 자체가 문제였던 게 아닐까 한다.

혹자는 용녀(傭女)라는 한자가 고용살이하는 여자라는 점에서, 실제 이름이 아니라 신분이 낮은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그런 사람이 왕비가 되고 그 무리들이 관직을 차지한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기도 한다. 혹은 용녀가 왕비가 된 후 나라가 혼란스러워진 틈을 타 신라가 꾀를 내어 침략하려 했다고 한 것에서, 용녀는 혼인동맹을 통해 가야에 온 신라 출신으로, 신라가 혼인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하면서 문제가 됐던 게 아니었을까 추측하기도 한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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