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5년 박근혜(65) 전 대통령과의 2차 독대에 대해 "제가 느끼기에 누가 써주거나 이야기해준 것을 전달하는 것 같았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이 한화보다 못하다'는 등 발언을 누군가한테 전달받은 것 같았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는 3일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다.
이 부회장은 "2차 독대(2015년 7월 25일)와 3차 독대(2016년 2월 15일) 중 언제 분위기가 더 무거웠냐"고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지난해 2월 독대의 분위기가 훨씬 무거웠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은 JTBC를 '이적단체'라고 부르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이 '중앙 홍석현 회장이 외삼촌 아니냐. 자회사인 JTBC 뉴스 프로그램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 이야기 좀 하라'며 굉장히 강하게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은 이 말을 독대 이후 홍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2차 독대에서는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은 삼성이 올림픽 승마지원에 소홀하다는 이유로 박 전 대통령에게서 질책을 받았다. 이 부회장은 '삼성이 한화만도 못하다'는 말을 들었다.
이 부회장은 "(2차 독대에서) 승마협회를 이야기할 때는 본인도 사람이라서 기억을 못하고 메모지를 보면서 말했다"라며 "'한화보다 못하다'라는 이야기는 본인이 하긴 했으나 제가 느끼기에 누가 써주거나 이야기해준 거를 전달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최순실(61) 씨가 삼성 그룹을 비방해 박 전 대통령이 질책했다는 삼성 임원들과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진술이다. 앞서 장충기(63) 전 미래전략실 차장은 "박상진 전 사장에게서 '최순실이 딸을 지원하지 않아 대통령에게 삼성을 비방했다'는 취지로 보고받았다"고 했다.
반면 지난해 있었던 독대의 분위기는 굉장히 험악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JTBC 이야기를 할 때는 무엇을 읽고 보는 게 아니라 마음속에서 생각한 게 그대로 터져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라며 "'그게 정치인의 본능인가보다'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유라 씨 승마지원 등에 대한 감사 인사를 나누거나 삼성의 현안을 청탁할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3차 독대에서 이 부회장이 청탁을 하고 현안 해결을 부탁했다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면담 끝나고 'jtbc 이야기하려고 불렀나보다' 라고 생각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