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 방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관련 법안이 내달 발의된다. 법안이 통과되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은 휴대폰을 판매할 수 없고, 오로지 통신 서비스만 제공해야 한다. 국내 이통시장의 유통구조를 뿌리채 바꾸는 법이기 때문에 판매점 등 유통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은 가능한 9월 중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달 말 공청회를 거쳐 정기국회가 시작하는 다음 달 초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며 "여당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만큼 앞으로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법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이통사가 직접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단말기 판매는 판매점이, 통신서비스 가입은 이통사와 대리점이 각각 담당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판매점에 한해서는 단말기 판매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을 동시에 취급할 수 있게 허용했다. 아울러 영세한 판매점이 단말기를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별도의 단말 공급업자가 제조사로부터 단말기를 구입한 뒤 판매점에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단말 공급업자는 정부에 신고를 거쳐 영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국내 이동전화 시장에서 통신사에 가입하고 휴대폰을 유통하는 곳은 대리점과 판매점으로 나뉜다. 대리점은 이통사와 직접 거래 관계가 이뤄져 단말기 판매 및 가입자를 유치하는 곳을 말한다. 대리점은 이통사로부터 직접 단말기를 수령하며, 계약 관계가 이뤄진 특정 이통사 제품만을 판매할 수 있다. 또한 이통사 전산이 등록돼 있기 때문에 수납, 변경, 해지 등의 엄무가 가능하며, 매장 내에서 직접 단말기 개통을 할 수 있다.
판매점은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곳으로, 이곳에선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 단말기를 모두 취급한다. 제품은 대리점으로부터 받게 되며 판매점은 따로 이통사 전산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개통에 대한 권한이 없다. 변경, 해지 등의 업무도 불가능하다.
개정안에는 지원금 공시 제도에 대한 개선 방안도 담겼다. 법안은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제조사가 단말기 지원금을 공시하도록 하고, 이통사와 제조사가 각각 대리점과 판매점에 과도한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을 금지했다.
현재는 이통사가 공시하는 지원금에 제조사 지원금이 포함돼 있어 제조사의 지원금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다.
김 의원은 "완전 자급제 시행으로 이통사가 보조금으로 지급하던 마케팅비가 줄면서 연간 2조원 수준의 요금인하 여력이 생긴다"며 "유통구조가 다양해져 알뜰폰 경쟁력이 상승하고, 통신시장의 요금 경쟁이 가속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단말 자급제와 관련해서 업계 이해당사자에 따라 의견이 엇갈린다. 당초 단말 자급제에 부정적이던 이통 3사는 “신중하게 논의해봐야 할 문제” 라고 입장을 선회했다.
반면 유통업계는 이통사의 단말 판매 장려금이 줄어 생존권에 위협을 받게 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