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적 충동’에 취한 글로벌 증시…‘아베 스캔들·엔고’에 일본만 왕따

입력 2017-08-04 08:53 수정 2017-08-0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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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지수 11% 상승하는 동안 닛케이지수 5% 상승하는 데 그쳐

글로벌 증시가 ‘애니멀 스피릿(animal spirits, 야성적 충동)’에 취해 거침없이 우상향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일본 증시만 왕따 신세다. 글로벌 증시 호조 속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스캔들과 엔고가 일본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9.86포인트(0.04%) 상승한 2만2026.10으로 마감했다. 전날 사상 처음으로 2만2000선을 뚫은 다우는 이날도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한 세제 개혁안, 인프라 투자 정책 등이 줄줄이 지연되고 있지만, 시장은 이를 괘념치 않고 있다. 다우지수는 올해들어서만 11% 상승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시장에서 애니멀 스피릿이 발휘됐다고 분석했다. 애니멀 스피릿은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려는 충동을 뜻하는 경제이론이다. 규제 완화, 세제 개혁 등 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기보다 동물적 감각으로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최근 실적 발표에서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보이고, 세계 경제 회복 속도가 빨라지는 등 낙관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영향이다.

아시아 일부 주식시장에서도 올해 주가지수가 15% 이상 급등하는 등 글로벌 증시에 전반적인 훈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일본 주식시장은 이를 비켜가는 모양새다. 일본 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올해 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일본 기업들이 견실한 실적을 발표하고 있고, 일본은행(BoJ)이 비둘기적(통화 완화) 기조를 보이는 것을 고려하면 상승률은 저조한 셈이다.

일본 증시의 장애물로 엔고와 아베 총리가 빚어낸 정치적 불확실성이 꼽힌다. 미국 다우지수가 고공행진을 할 수 있었던 데는 달러화 가치 하락이 결정적이었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올들어 약 10% 떨어졌다. 루톨드그룹의 짐 폴슨 수석 애널리스트는 “달러화 가치 하락이 그 어떤 뉴스보다 다우지수에 도움이 된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 엔화 가치는 상승해 자동차 제조업체를 포함한 일본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가로막고 있다.

아베 총리의 최근 지지율은 20% 대로 떨어져 아베노믹스를 향한 의구심이 커졌다. 구조 개혁을 추진할 힘이 지지율 하락과 함께 빠져나갔다는 지적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투자자들을 주저케 한다. 미즈호증권의 기쿠치 마사토시 애널리스트는 “오는 9월 말까지 닛케이지수는 5%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시장이 일본 경제 정책에 초점을 맞출 수록 지수는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본 기업의 실적 전망이 밝아 호조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블랙록의 리차드 턴월 글로벌 수석 애널리스트는 “올해 일본 기업들의 수익률이 3년래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며 “일본 주식 종목들이 다른 선진 시장과 비교했을 때 저평가된 상태”라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이번 주 투자노트에서 “비록 정치적 잡음이 불거지고 있지만 일본 기업들의 강한 실적이 일본 주식시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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