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7일 결심 공판을 앞두고 삼성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구형 수준에 따라 이 부회장에 대한 판결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는 탓이다. 삼성 측 주장대로 이 부회장에게 무죄가 선고된다면 삼성은 멈췄던 경영 시계를 다시 돌릴 수 있다. 실형이 선고되면 총수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삼성의 경영 시계는 암흑에 빠지게 될 전망이다.
4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 수뇌부들은 결심 공판과 이후 1심 선고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이다보니 이재용 부회장 재판 결과에 따른 리스크와 대책을 명확히 설명해 불필요한 이야깃거리를 없애야 하는 입장이다. 이에 1심 이후 국내외 삼성전자 협력업체와 거래선 및 투자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고, 추후 대책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또 총수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면서 흐트러진 조직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징역형이 나올 경우, 걸어지는 총수 공백에 따른 이른바 ‘플랜B’도 필요하다. 삼성 한 관계자는 “물론 플랜B도 준비하고 있지만, 이게 현실화되는 일은 없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삼성전자가 올 들어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이는 수년 전부터 대형 M&A와 투자 등을 통해 미래를 대비했기 때문”이라며 “이 부회장이 올 초 구속되고 그룹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까지 해체되면서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주체가 사라졌는데, 더 공백이 커지며 안된다”고 토로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 2월 구속된 이후 5개월여 동안 삼성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삼성은 그룹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계열사별 자율 경영을 시작했지만, 이는 한계가 있다. 계열사 간 협업이나 그룹 사업재편 등을 위한 교통정리는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총수 부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금융, 전자, 바이오 ‘삼각편대’로 구성된 사업재편이 올스톱 됐다. 오너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대규모 인수합병(M&A) 역시 지난해 데이코와 하만 이후 사실상 개점휴업이다.
삼성 사장단 인사 역시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등 조직 역동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은 이번 주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뇌물 공여에 대해 적극적으로 항변한 이 부회장의 진술이 재판 결과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만을 내심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