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8·2 부동산대책으로 패닉에 빠졌다. 최근 주택부문이 실적을 이끌어온 만큼, 향후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10여 년 만에 가장 강력하다는 부동산대책을 2일 내놓으면서 2분기까지 호실적으로 안정된 성장을 구가했던 건설사들이 초상집 분위기로 변했다. 이번 8·2 부동산대책은 거래(투기과열지구 등), 세금(양도소득세 강화), 대출(DTI·LTV 강화), 청약(1순위 자격 및 가점제 확대) 등을 총망라한 초강도 규제로 부동산 시장의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사업추진 올스톱, 건설사 ‘망연자실’ = 최근 몇 년 사이 주택시장으로 실적상승을 이끌어 온 건설사들로서는 고민이 깊어졌다. 특히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만큼 이에 대한 건설사들의 수주전략 수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혹시 모를 미분양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경쟁 구도를 보이던 재건축 단지 유치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입주물량 증가와 함께 정부의 연이은 규제책으로 회사 내부에서도 재건축 물량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향후 남은 물량에 대한 사업일정은 물론, 해외사업 비중을 늘리는 것까지 전방위적으로 사업계획을 재정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오피스텔에 대한 청약 규제가 새롭게 도입된 것 역시 건설사들로서는 악재 중 하나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최근 규제에서 벗어나 있어 새로운 투자처로 인기가 높았던 곳”이라며 “하지만 이번 규제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 사업을 추진 중이던 건설사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 전 지역이 올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도 중소형 건설사로서는 먹거리를 놓치는 결과를 낳았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소규모 공사가 많아 중소형 건설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았다.
◇구조조정 될까?… 새로운 걱정거리 생긴 건설업계 = 부동산대책이 나온 하루 뒤인 3일 채권은행들이 올해 대기업 구조조정 대상업체를 발표했다. 업체명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구조조정 대상 25곳 가운데, 32%(8곳)가 건설업체로 밝혀졌다. 지난해 18%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높아진 수치다. 구조조정 대상 건설업체는 대부분 중소 건설사로, 일부업체에선 올 가을과 겨울 인력감원 칼바람이 불 것이라는 예고가 벌써 나오고 있다.
8·2 부동산시장 규제 강화로 시장이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소 건설사는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에 C·D등급을 받은 건설사들이 이른 시일 내에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 등의 구조조정에 돌입할 경우 하도급 업체 등에 단계적으로 영향을 미쳐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에 선정된 구조조정 대상 업체 중 이름이 알려진 대기업이나 상장사는 없는 것으로 전해져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겹악재에 주저앉은 건설 주가 = 이런 악재들이 한꺼번에 닥치면서 지난 3일 국내 증시에서 건설주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건설주 40개 종목 가운데 33개가 하락했고, 낙폭도 컸다. 그나마 오른 종목도 우선주가 대부분이었다.
3일 종가 기준 가장 많이 내린 종목은 동부건설로 14.4% 급락했다. 한신공영(-11.6%), 현대건설(-6.7%), 대우건설(-6.1%), GS건설(-6%), 태영건설(-5.5%), 금호산업(-5.3%) 등 주요 건설주가 일제히 빠졌다. 건설업종 평균 지수는 하루에만 4.69% 하락했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책은 정부가 강력한 규제 카드를 내놓은 것으로 주택매매 거래량의 감소 등 재고주택 시장의 과열 흐름은 당분간 완화될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입주물량 증가와 국내외 금리인상 등 주택 조정 요인이 더욱 증가할 것이고,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성 흐름도 주목해야 하는 등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만큼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가 흐름을 보면 강도 높은 규제가 나온 만큼 추가적인 대책이 존재하지 않아 불확실성이 제거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대형건설사의 경우 수주잔고를 통한 실적 성장과 하반기 해외에서의 추가 수주가 전망되고 있어 오히려 현재가 저점 부근이라 판단되고, 중소형 건설사의 경우 사업장 대부분이 투기과열지구 지정에서 벗어난 지역이라는 점에서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