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지도자들이 속속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여름 휴가지로 평소 즐겨 찾는 곳을 선택했지만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 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현안 처리에 몰두하며 휴가 계획을 미뤘다.
과거 “성공한 사람들은 휴가를 가지 않는다”고 발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부터 17일간의 장기휴가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가지로 뉴저지의 자신 소유의 베드민스터 골프클럽을 택했다. 대통령 취임 전 트럼프는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골프 취미를 거세게 비판해왔다. 하지만 취임 후 트럼프는 오바마보다 더한 ‘골프사랑’을 과시해왔다. 그는 취임 후 26차례의 주말 중 21회를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등 본인 소유 리조트에서 지냈고 골프장에서는 총 40일을 보냈다. 트럼프는 휴가지에서도 ‘폭풍트윗’을 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베드민스터에서 일하고 있다. 이건 휴가가 아니다. 회의와 전화!”라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5일 진행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새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자 트위터에 “유엔안보리가 방금 15대 0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우리 쪽에 투표했다. (북한에) 매우 큰 경제적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적기도 했다.
매년 휴가 때마다 ‘상남자’이미지를 부각시킨 사진을 공개해 화제를 모으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일 남시베리아 산악지대에서 낚시를 즐기는 모습을 공개했다. 지난 1~3일 남시베리아 투바공화국에서 휴가를 즐겼다. 올해 공개된 사진에서 푸틴은 웃통을 벗은 채 자신이 잡은 물고기를 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강인한 지도자’ 이미지를 과시하고자 유도나 하키 사냥 등의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을 공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 공개한 사진도 내년 3월 4연임 도전을 앞두고 건강하고 강인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도 지난달 말부터 남편 요아힘 자우어 교수와 함께 이탈리아 북부 산악 휴양지 쥐트티롤 줄덴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 메르켈 총리 부부는 올해까지 총 9번이나 이곳을 여름휴가지로 택했다. 메르켈 총리 부부가 편안한 등산복 차림으로 트래킹하는 모습이 현지 언론에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이탈리아 휴양지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
반면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는 휴가를 떠나지 못했다. 취임 3개월 차를 맞은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법 개정 등 산적한 현안 탓에 휴가 계획을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도 휴가 계획 언급 없이 내각 재정비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