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70.만명부인(萬明夫人)

입력 2017-08-0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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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가야왕족과 결혼 선택한 김유신의 어머니

만명부인(萬明夫人)은 신라 왕족 출신으로 진흥왕의 동생 숙흘종(肅訖宗)의 딸이다. 남편은 김서현(金舒玄)으로 멸망한 금관가야의 왕족 후예였다. 법흥왕대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仇衡王)은 3명의 아들을 이끌고 신라에 귀부했는데, 둘째 아들인 김무력(金武力)의 아들이 김서현이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서현이 길에서 만명을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중매도 없이 야합(野合)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진흥왕이 큰아버지인 왕족 만명과 멸망당한 가야 왕족의 후예인 김서현의 혼인은 쉽지 않았다. 고대 사회에서 자유연애는 적지 않았지만, 모든 연애가 혼인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신분제 사회에서는 신분 내에서만 혼인할 수 있었다. 금관가야 병합 당시 법흥왕은 구형왕과 그 아들들을 진골로 편입하였다. 김서현 역시 진골이므로 신분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야 출신 진골과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신라의 토착 진골과는 차이가 있었다.

숙흘종은 두 사람의 결합을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급기야 만명을 광에 가두고 사람으로 하여금 지키게 했다. 그때 마침 서현은 만노군(萬弩郡·지금의 충북 진천) 태수로 임명되어 부임지로 떠나야만 했다. 서현이 떠나면 두 사람의 관계는 끝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만명이 갇혀 있는 곳에 벼락이 내리쳐 지키던 사람이 놀라서 흩어졌다. 그 틈을 타서 탈출한 만명은 서현을 따라 만노군으로 갔다.

만명의 여러 자식 중 한 명이 삼국통일의 명장(名將) 김유신(金庾信)이다. 김유신은 젊었을 때 천관(天官)이라는 기생에게 빠져 지낸 적이 있었다. 이때 만명부인은 김유신을 불러 엄격하게 꾸짖었다. 신라에 귀화한 가야 왕족의 후예가 신라의 정통 진골 귀족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공을 세워 인정받는 것밖에 없었다. 김서현의 아버지 김무력이 두각을 드러낸 것도 전공(戰功)을 통해서였다.

멸망한 가야 왕족의 후예라는 굴레를 가지고 태어난 아들을 만명부인으로서는 엄격하게 훈육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만명부인의 훈계를 듣고 김유신은 천관의 집에 발걸음을 끊었다. 김유신이 졸고 있는 사이에 말이 천관의 집으로 가자 말의 목을 베어버렸다는 유명한 일화를 남길 정도로 단호했다. 만명부인의 훈육이 있었기에 김유신은 삼국통일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김유신 외에도 만명부인은 김서현과의 사이에 자식을 여럿 두었다. 그중에는 삼국통일 전쟁에서 활약했던 김흠순(金欽純)도 있었다. 또한 만명부인은 보희와 문희라는 딸을 두었는데, 문희는 훗날 태종무열왕비인 문명왕후가 되었다. 태종무열왕의 뒤를 이어 즉위한 문무왕은 문명왕후의 소생이다. 만명부인은 신라의 왕을 사위와 손자로 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태종무열왕의 딸인 지소부인은 김유신과 혼인하여 며느리가 되었다. 멸망당한 가야 왕족의 후예 가문이 신라 왕실과 친인척 관계를 형성할 정도의 세력가로 부상한 것이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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