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안보이는 통신비 인하] ‘단말기 자급제’ 카드 꺼낸 정치권, 업계선 “글쎄…”

입력 2017-08-0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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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LGU+ “신중하게 접근해야”

가계통신비 인하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정부와 통신업계가‘손실 보전’을 포함한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이어 대안을 내놓는 반면 통신업계는 물러서지 않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가 대통령 공약이었던 ‘통신기본료 폐지’를 포기한 이후 정치권에서는 ‘단말기 자급제’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지난 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은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입법 개정안을 내달 발의한다고 밝혔다.

단말기 자급제는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이라는 ’채찍’과 함께 정부가 통신업계에 내놓은 ’당근’이다. 통신사가 지금처럼 요금제와 휴대전화를 묶어 파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단말기 판매는 판매점이, 통신사 가입은 이통사와 대리점이 각각 담당하자는 취지다. 그동안 인위적인 정부의 요금인하 규제에 따른 손실 보전의 방법으로 거론돼 왔다.

완전 자급제가 시행되면 유통망에 뿌려지는 장려금을 포함한 이통사의 마케팅비가 줄어드는 만큼 통신요금을 내릴 수 있는 여력도 생긴다. 이통사가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건 거꾸로 이동통신 대리점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줄어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유통점의 반발이 거세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바쁘게 계산기를 두들긴 통신사는 회사별로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상반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통신비 인하의 부작용을 줄이는 차원에서 (단말기 자급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이다.

기본료 폐지에서 한발 물러난 정부가 단말기 자급제 카드까지 꺼내든 만큼 다음 제안이 뭘지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통신비 인하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와 통신업계뿐 아니라 단말기 제조사, 포털 사업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예컨대 이동통신사가 정부에 지급하고 있는 주파수 대가 및 전파 사용료에 대한 폐지 또는 인하도 방법으로 거론된다. 나아가 현재 인가제인 통신요금을 신고제로 바꿔 자유로운 요금제를 끌어내면 업계 경쟁이 격화되면서 요금이 내려갈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이통사들이 쉽게 물러서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역으로 국내외 주주로부터 배임 소송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비 인하 이슈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만은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이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간담회를 통해 “25% 요금할인이 기업에 재무적으로 부담되는 건 사실이다. 일단 통신사 CEO를 다 만나서 어려운 이야기를 들었고 정부의 고민도 이해를 구했다”면서 “당장의 재무적인 문제는 보편요금제 논의 때 보완할 수도 있고, 정부가 5G 상용화 등 통신사의 새로운 사업모델과 수익모델 가속화에 도움을 주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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