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이 이달 출범 50주년을 맞았다. 50년 전 가난한 농업국가였던 아세안 10개국은 이제 자동차와 휴대폰 등 제조업 허브로 발전하면서 글로벌 경제성장 리더로 부상했다고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분석했다.
필리핀, 베트남 등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국가들이 포함된 아세안은 6억2000만 명이 넘는 인구와 2조6000억 달러(약 2931조 원)에 달하는 경제규모로 어마어마한 투자잠재력을 자랑한다고 블룸버그는 강조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오는 2020년에 아세안이 세계 5위 경제권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세안의 국내총생산(GDP)은 1970년에 376억 달러에 그쳤지만 지난해는 2조6000억 달러로 영국 경제와 맞먹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BMI리서치는 내년 아세안 경제성장률이 4.9%에 이르고 미얀마와 베트남 필리핀 등이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싱가포르 등 아세안 주요 회원국들은 수출 의존도가 높아서 글로벌 성장주기가 경제를 좌우하는 경향이 있다. 아세안은 낮은 인건비와 내수 증가, 인프라 개선 등으로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제조업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다만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아세안 회원국 간의 무역이 유럽연합(EU) 등 다른 경제권역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EU는 역내 교역이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지만 아세안은 약 20%에 불과하다. 특히 인도네시아 등의 비관세 장벽이 매우 높은 것이 역내 교역 활성화의 장애물로 꼽히고 있다.
중국과 일본 홍콩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모두 2015년 이후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 현상을 겪는 것과 달리 아세안은 2020년까지 증가세를 유지하는 등 인구학적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런 젊은 인구구조에 힘입어 아세안의 경제성장 전망도 밝다. 이는 더 많은 외국인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아세안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970년 이후 약 274배 증가했다. 코카콜라는 베트남과 미얀마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애플은 인도네시아에 연구ㆍ개발(R&D)센터를 짓고 있다.
여전히 경제통합에 이르기까지 아세안은 갈 길이 멀다. 무역장벽을 없애고 단일시장을 창출하겠다는 2015년 청사진에도 기업들을 제약하는 요소는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에서 태국의 군사정권, 라오스와 베트남의 공산정권에 이르기까지 정치 체제도 매우 다양하며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도 불화를 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