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뇌물죄’ 인정 안되면, '재산국외도피' 중죄도 무혐의 가능성

입력 2017-08-08 10:16 수정 2017-08-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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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52차례 공판에서 치열한 공방을 펼쳤던 특검과 삼성이 7일 결심 공판에서도 ‘뇌물공여’ 혐의를 두고 사활을 건 수싸움을 펼쳤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예상보다 높은 중형인 징역 12년을 구형한데는 뇌물 공여죄를 중심으로 재산 국외 도피죄, 위증죄 혐의 등이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이 부회장이 중형에 처해지거나 무죄에 가까운 형을 받는 ‘모 아니면 도’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특검은 이날 A4용지 12장 분량의 논고문을 15분 가까이 읽어 내려갔다. 이 사건을 전형적 정경유착 범죄로 규명하고 이 부 회장에 대한 중죄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밝혔다. 이에 삼성 측 변호인단은 ‘짜맞추기식 기소’라는 논리를 전면에 내세워, 뇌물죄 혐의에 대해 1시간가량 특검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검, 부정 청탁 필요성 언급… 독대 내용·지원 성격 등 = 박 특검이 언급한 핵심 쟁점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 해결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과 함께 뇌물을 제공하겠다고 했는지,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힘’을 이용해 이를 해결해주는 대가로 공범 최순실 씨와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는지다.

박 특검은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와병하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계열사 지배력 확보가 지상 과제로 부상했다”며 “통상 뇌물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가장 입증하기 어려운 부분은 돈을 건넨 사실과 그룹 총수의 가담 사실인데 피고인들은 (최 씨 측에) 약 300억 원을 준 사실과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뒤 자금을 지원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 미래전략실이 총수(이 부회장) 승인 없이 독단적으로 자금을 지원했다는 것은 경험칙이나 상식에 어긋나는 궁색한 변명”이라고 비난했다.

◇삼성 측 “사실로 확인된 게 하나도 없다” = 삼성 측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시도가 “존재하지도 않는다”며 특검의 주장을 부정했다. 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그룹 내에서 신뢰를 확보하는 과정”이라며 “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해도 우리 사회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검이 주장하는 삼성 미래전략실의 역할과 그 안에서 이 부회장의 지위에 대해서 정면으로 반박했다. 송우철 변호사는 미전실의 역할을 ‘계열사의 여러 조직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미전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두고 이 부회장의 사익을 위해 봉사한 것처럼 특검이 왜곡한다”고 반박했다.

송 변호사는 이어 “특검은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공소장에는 피고인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과거 사실만 잔뜩 기재돼 있다”며 “헌법상 무죄 추정 원칙을 떠올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후의 쟁점, 뇌물 약속 있었나 = 이날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뇌물 공여를 비롯해 횡령, 재산 국외 도피, 범죄 수익 은닉, 국회 위증 등 5가지다. 법조계에서는 이 중 법정형이 가장 높은 재산 국외 도피죄 혐의를 기준으로 구형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인 뇌물 공여죄는 징역 5년이 최고 형량이다. 그러나 결국은 뇌물 공여 혐의가 어떻게 결론날지에 달렸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관측이다. 재산 국외 도피죄는 이 부회장이 최 씨 측에 건넨 돈이 뇌물이라고 규정될 때 따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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