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DJ코퍼레이션은 지난달 중순 이사회를 열어 신 전 부회장으로부터 16억 원을 장기 차입했다. 이 회사는 올해 들어서만 7차례에 걸쳐 총 101억 원을 차입했다.
SDJ코퍼레이션은 신 전 부회장이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을 위해 2015년 10월 1일 설립한 회사로, 신 전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사내이사를, 법무법인 양헌의 대표인 김수창 변호사가 감사를 각각 맡고 있다.
SDJ코퍼레이션은 설립된 해인 2015년 2차례에 걸쳐 9억1900만 원을 신 전 부회장으로부터 빌렸다. 차입기간은 2018년 11월 9일까지이며 이자율은 1.1%였다. 지난해에는 차입금 규모가 154억4600만 원으로 늘었다. 신 전 부회장으로부터 11차례에 걸쳐 빌린 차입금은 차입기간이 2018년 11월 9일로 같으며, 이자율만 0%로 바뀌었다.
업계에서는 SDJ코퍼레이션이 사모투자펀드회사 나무코프로부터 자문을 받는 만큼 신 전 부회장으로부터 차입한 자금 대부분이 나무코프에 대한 자문료 지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한다. 나무코프는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이 회장으로, 김수창 변호사가 감사로 있다.
민 전 행장은 과거 신 전 부회장을 대신해 기자회견을 열 정도로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왔으나 SDJ코퍼레이션으로부터 급여를 받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나무코프를 통해 우회적으로 이익을 취하지 않겠느냐는 설이 나돈다.
SDJ코퍼레이션은 도매 및 상품중개업을 목적으로 설립됐으나 관련 사업을 하지 않으며 실제로는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을 지원한다. 그렇다 보니 작년 말 기준 11명까지 불어난 직원 급여는 물론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사무실 임대료까지 신 전 부회장의 차입금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 자체 수입 없이 외부 수혈로 운영되다 보니 재무구조도 좋지 않다. 작년 말 기준 자산총계는 8억1300만 원이며 부채총계가 8억5800만 원으로 더 많아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이처럼 돈을 쏟아부었음에도 신 전 부회장이 수년간의 경영권 분쟁에서 얻은 것은 이렇다 할 게 없다. 동생인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 롯데 임직원의 지지를 이끌어 내며 ‘원 롯데’ 수장으로서의 토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6월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 자신과 부친(신격호 총괄회장)의 이사직 복귀를 안건으로 제출했으나 부결됐다. 최근에는 롯데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위해 추진하는 주요 계열사의 분할 합병안에 제동을 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잊힐만 하면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으나 이미 대세가 기울어진 형국”이라며 “결국 가능성 없는 분쟁 때문에 수백억 원을 날리며 주위 사람 배만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