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치킨게임] ‘동맹국은 나 몰라라’…트럼프 무책임한 대북 선전포고에 긴장하는 아시아

입력 2017-08-1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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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화염과 분노’‘불바다’ 등 말로 치킨게임 벌여…트럼프, 동맹국 안위 전혀 생각 안 해 비판 고조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의 사정을 완전히 무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책임한 대북 선전포고에 아시아가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위협을 멈추지 않는다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초강경 발언을 하고 나서 북한도 주요 미군기지가 주둔한 “괌을 포위사격하고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등 양측이 말을 통한 치킨게임을 계속 벌이고 있다. 이에 북한 핵개발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점점 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탄도미사일 운용 부대인 북한 전략군은 10일 오전 성명을 통해 8월 중순까지 괌 포위공격 계획을 완성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보고하겠다며 다시 미국을 위협했다.

전문가들은 북미 양측이 발언 수위를 높여나가면서 전쟁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느 한 쪽이 상대방의 매우 공격적인 성명을 잘못 해석해 선제공격에 나서는 등 판단착오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또 전문가들은 북한이 괌에 실제로 미사일을 발사하면 정말로 위험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략군이 발사하려는 ‘화성-12형’ 미사일은 시험 발사가 한 차례밖에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정확도를 보장할 수 없어 예상치 못한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발언이 단지 북한 측에 미국을 공격하지 말라는 경고장을 보낸 것이라며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관리들은 상황이 점점 긴장되고 있지만 아직 위기 상황에 도달하지는 않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도 이런 입장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는,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전쟁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 런민대학의 청샤오허 국제관계학 교수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위협 대 위협 대결이 새로운 단계를 초래하고 있다”며 “양측의 매우 강렬하고, 유혈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 대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 결의안이 통과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트럼프의 발언이 나온 것이 매우 의아하다”며 “미국 정부는 일반적으로 제재안이 나오고 나서 이것이 통하는지 일정 시간을 두고 지켜봤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화염과 분노’ 발언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진전에 대한 미국의 좌절감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지만 트럼프가 이런 강한 발언이 품은 함의를 충분히 고려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병철 한국 평화협력원 핵비확산센터 소장은 “트럼프는 동맹이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또한 그런 발언을 할 때에도 동맹국을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며 “어떤 미국 대통령도 이렇게 쉽게, 즉석에서 군사적 선택사항을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한국인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한국에서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 언론매체들은 한국이 놀랄 만큼 평온한 상태라며 이는 워싱턴에서 연일 강공을 펼치고 있지만 한국은 전쟁 가능성을 낮게 관측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한국과 중국 등은 미국과 북한의 무한대립을 완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9일 “괌 공격 위협을 포함한 북한의 최근 행동은 북한 주민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이웃국가들을 불안하게 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전쟁 우려를 줄이려 했다. 중국 외교부는 트럼프의 강경 발언에 대해 “북한 핵문제는 정치적 수단으로 해결돼야 하며 모든 관련 당사국은 분쟁을 고조시킬 수 있는 발언과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캐나다 국적의 임현수 목사를 2년 반 만에 석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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