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 간 군사 충돌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에 떨고 있다. 북한 리스크를 둘러싼 학습효과에도 불구하고 투자 심리가 후퇴해 위험자산은 하락하고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17% 하락한 2만2048.70으로 마감했다. S&P500지수는 0.04% 내린 2474.02를, 나스닥지수는 0.28% 떨어진 6352.33을 각각 기록했다. 전날 1.3% 하락한 1만9738.71로 마감한 닛케이225지수는 10일 오전 9시 30분 기준 0.35% 오른 1만9812.05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시간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0.2% 내린 2363.71을 나타냈다. 도쿄외환시장에서는 안전자산인 엔에 뚜렷하게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09엔대까지 떨어지고서 110엔대 초반을 나타냈다.
10일 오전 북한 전략군은 괌을 포위사격하는 방안을 8월 중순까지 최종 완성해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략군의 김락겸 사령관은 이날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 4발을 동시에 발사하는 괌 포위사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가 발사하는 이 미사일 4발은 시마네 현과 히로시마 현, 고치 현 등 일본 상공을 통과해 괌 주변 30~40km 해상에 탄착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군사전문가인 일본 시즈오카대학의 오가와 가즈히사 특임교수는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전제로 하는 조건부 투쟁 준비 들어갔다”며 “북한은 미국을 진짜로 화나게 하지 않는 범위에서 도발을 반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북한의 도발에 시장은 둔감하게 반응했다. 북한의 위협은 기본 전제가 ‘벼랑 끝 전술’이었기 때문에 어떤 엄포도 크게 위협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 인민군 대변인은 김정은 위원장의 결정에 따라 괌 폭격 계획을 실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과 달리 공격지를 ‘괌’이라고 특정한 것이다. 동시에 ‘러시아 스캔들’로 정권 운영의 한계를 보이는 트럼프가 북한에 초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관측이 부상하면서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미 CBS방송이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해 지난 3∼6일 전국 성인남녀 1111명을 대상으로 벌인 전화 설문조사에서 ‘북한 상황과 관련해 가능한 충돌에 대해 불안하다’고 답한 비율은 72%에 달했다. ‘북핵문제는 지금 당장 군사행동을 필요로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9%였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이데 신고 수석 애널리스트는 “북한의 분위기 변화는 시장이 느끼는 위기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고 말했다.
다만, 현 시점에서 글로벌 금융 시장이 장기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는 관측은 소수다. 각국 경제와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모두 양호하기 때문이다. 노무라증권의 와코 주이치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의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어 주가 하락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