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짧은 '사과' 긴 '의지' 박기영 본부장 정면돌파 가능할까

입력 2017-08-1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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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건 책임 통감" 몸 낮추면서도 "일할 기회 달라" 요청..여론이 관건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한다." "처절하게 반성한다."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계의 컨트롤타워인 과학기술혁신본부를 맡게 된 박기영 본부장이 바짝 엎드렸다. 그의 임명을 반대하는 주된 목소리인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연루 건에 대해서다.

하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열정적으로 일하고 싶다. 일할 기회를 달라"며 자진사퇴 의사가 없음도 분명히 했다. 오히려 본인이 구상한 과학기술혁신본부 중점 운영방향도 내놓는 등 업무수행에 무게 중심이 기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배포한 박 본부장의 정책간담회 말씀자료에 따르면 사과는 '한쪽'에 불과한 반면 앞으로의 계획과 의지는 '여섯쪽'에 달한다.

그러나 결국 국민과 과학계의 여론이 그의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수행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박 본부장은 10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인총연합회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과의 정책간담회에서 자신의 임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에 연루된 데에 대해서는 공식 사과했다. 노무현 정부 과학기술보좌관으로는 11년만, 문재인 정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는 4일만의 사과다.

그는 "황우석 박사 사건은 모든 국민에 실망과 충격을 주고 과학기술인에게 큰 좌절을 느끼게 한 사건이었다"면서 "청와대에서 과학기술을 총괄한 사람으로써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공식 사과가 늦어진데 대해서는 "사건 당시에는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었기에 아무 말하지 않고 매맞는 것으로 사과를 대신했다"면서 "그 이후에도 제대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었으나 기회를 만들지 못해 11년간 마음의 짐으로 안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본부장이 황우석 교수에게 막대한 연구비를 몰아주는 등 사태의 배후이자 핵심이라는 지적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당시 (자신에게) 연구를 설계하고 연구비를 배분하는 역할은 주어지지 않았다"면서 "(연구비 배분은) 황우석 박사 연구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황우석 교수에 대한 지원에 대해 "여론에 휘둘린 것" "언론의 관심이 높아 정부도 부담스러웠다"면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사람이 아닌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처절한 반성"이라고 강조했다.

황우석 박사의 사이언스지 논문에 공동저자로 들어간 것에 대해서도 "그 때 좀 더 신중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점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연구기획 단계에는 참여했다" "세부과제 책임자의 역할을 했다"고 해명했다.

박 본부장은 그러면서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자리를 스스로 내려놓을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자진사퇴의사를 묻는 질문에 "일할 기회를 허락해주신다면 과학 발전과 국민의 성장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서 노력해보고 싶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는 오히려 과거 민주정권 10년간 발전했던 과학기술 혁신체계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시절 무너졌다면서 이를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현장의 연구자와 국민의 요구를 잘 수렴하는 지원체계와 이를 지원하는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를 만들어내면 빠른 기술변화와 치열한 기술경쟁에서 충분히 앞설 수 있다"면서 "이 꿈과 이상을 실현해보고 싶은 생각에서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자임했다"는 표현의 의미에 대한 설명)"고도 했다.

그러면서 향후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중점 운영방향도 내놨다. 과학기술컨트롤타워 강화 및 혁신생태계 구축을 비롯해 ▲R&D 투자포트폴리오 전환 및 연구자 중심으로 시스템 혁신 ▲국민이 참여하고 국민에게 혜택이 가는 과학기술 정책 3가지 방향이다.

그는 특히 "R&D 예비타당성 조사, R&D 지출한도 설정, 출연연 예산 조정 등을 포함한 R&D 전체 예산 배분 조정에 있어서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전문성을 가지고 역할을 하겠다"면서 "또한 특허정책, 표준정책, 기술금융, 기술평가, 성장동력 육성 등 제반 혁신정책을 총괄기획 조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연구자 주도형 R&D 투자를 확대해 연구자 자유공모형 R&D 예산을 1조2000억원에서 2조5000억원으로 확대하도록 정비하겠다"면서 "ICT산업은 기초원천 연구를 강화해 혁신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일부 원로도 박기영 본부장의 임명을 지지하기도 했다. 조완규 전 교육부 장관은 "황우석 사건은 일종의 '해프닝"이라면서 "박 본부장이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기여할 것이라 믿고 있다"고 했다.

그의 거취는 무엇보다 여론의 흐름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뿐 아니라 정의당 등 진보야당, 과학계, 시민사회가 박 본부장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특히 과학기술계는 박 본부장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연구 지원을 이끌어내는 등 황우석 사태의 핵심 인물이며, 새 정권에서 범정부 차원의 R&D 예산 심의·조정 권한을 가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을 맡는 것은 부당하다고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장에서도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의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 9일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회원 168명과 과학기술자 60명은 박 본부장 인사에 반대하는 내용의 긴급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박 본부장은 스스로도 "여러 지적을 심각하게 받고 있어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라는 명칭을 스스로 못 쓰고 있다"고 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오전 열린 한 행사에서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적격성 논란과 관련 "(거취는) 업무의 중대성을 감안해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청와대 역시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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