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74. 대령군부인 최씨(大寧郡夫人 崔氏)

입력 2017-08-1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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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 충고 아끼지 않은 고려 귀족부인

대령군부인 최씨(大寧郡夫人 崔氏·?~1316)는 해주 최씨로, 구재학당(九齋學堂)의 창시자 최충(崔冲)의 10세손이다. 아버지 최염(崔恬)은 동궁시독학사 지제고(東宮侍讀學士 知制誥), 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는 모두 재상을 지낸 명문가였다. 어머니 역시 명문 남양 홍씨 출신 당성군부인(唐城郡夫人)이다.

최씨부인은 14세에 죽주(竹州·경기도 안성시) 출신인 행산(杏山) 박전지(朴全之·1250~1325)와 혼인하였다. 박전지는 19세인 1268년 급제하여 한림원 벼슬을 지내다 30세인 1279년 원 세조가 관료 자제를 선발해 입시(入侍)하게 하니 원나라에 들어가 정동성 도사(征東省都事)가 되었다.

혼인한 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대략 당시 남성의 평균 혼인연령을 볼 때, 급제 무렵 혼인한 것으로 추정되며, 한 10년 혼인생활 뒤 남편이 원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도 남편은 원에서 세자인 충선왕을 보필하였으며, 1298년 충선왕이 즉위하자 귀국하여 중책을 담당하였다.

그러나 즉위 7개월 만에 충선왕이 폐위되고 충렬왕이 복위하자 파직되었다가 1307년 복직하였다. 1308년 충선왕 복위로 연흥군(延興君)에 봉해지고, 1321년 수첨의정승(守僉議政丞)으로 벼슬에서 물러났다.

최씨 부인은 정치적 격변기에 남편의 부재 속에서도 시부모를 효성으로 봉양하였다. 성품이 총명하고 지혜로웠으며 삼가고 신중하였다. 남편이 집에 온 손님을 접대하면서 대화가 세상일에 미치면 조용히 듣고 있다가 손님이 간 뒤 “글을 논하고 옛일을 이야기할 것이지, 하필이면 세상의 일을 말하십니까. 당신에게 누(累)가 미칠까 염려됩니다”라고 하였다. 또한 남편이 책을 읽으면 옆에 앉아서 들었는데, 물어보면 번번이 기억하였다.

부인은 2녀1남을 낳았다. 맏딸은 나주 정씨 정탁(鄭倬)과 혼인하여 1남2녀를 낳았고, 둘째딸은 익산 이씨 이직(李稷)과 혼인해 5녀1남을 낳았다. 아들 박원(朴瑗)도 급제하여 정당문학((政堂文學)에 이르렀고, 수상을 지낸 홍자번(洪子蕃)의 손녀와 혼인해 3남2녀를 낳으니 자손이 번성하고 가문이 두터워졌다. 부인은 1316년 남편을 따라 영월군(寧越郡)에 가 있던 둘째딸의 부고를 받고는 울기를 그치지 않으며 넋을 놓은 지 7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 아들 박원이 왕을 모시고 원나라에 들어가 있었는데, 부음이 원에 도달하니 왕이 변한국대부인(卞韓國大夫人)으로 추증하고 쌀 50석을 부의(賻儀)로 내려주었다.

남편은 묘지명을 지어 그녀가 아내와 어머니, 며느리, 아내로서 훌륭했음을 말하였다. 그러면서 “행산(杏山·박전지의 호)은 망령되이 부인과 더불어 즐거움과 괴로움을 함께하면서 장수하리라 생각하였다”, “행산의 아픈 마음을 어찌 다 말로 할 수 있으리오”라며 애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대령군부인은 정치적 격변기에 남편에게 충고를 아끼지 않았던 관료 부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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