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대북 문제를 둘러싼 불협화음이 높아지고 있다. 백악관 내 권력 다툼이 다시 일어난 것이라는 의혹을 1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제기했다.
백악관의 세바스천 고르카 국가안보회의(NS) 부보좌관은 이날 BBC라디오에 출연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을 비판했다. 고르카 부보좌관은 “틸러슨 장관은 군방 문제를 말하면 안 된다”며 “국방 문제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고르카는 “틸러슨 장관이 해야 하는 일은 외교 문제”라며 “트럼프의 목소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르카 부보좌관의 견제는 전날 틸러슨 장관의 “전쟁은 임박하지 않았다”는 발언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은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은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외교적 수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강한 표현을 쓴 것뿐”이라며 “전쟁을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강경발언을 진화한 셈이다. 틸러슨은 전에도 트럼프의 발언을 무시하 듯 북한과의 대화에 방점을 찍은 화법을 보였다.
틸러슨 장관을 머쓱하게 한 인물은 고르카뿐만이 아니다. 매티스 국방장관도 전날 틸러슨의 발언이 나온 직후 “북한 정권은 정권 종식, 북한 주민의 파멸을 이끄는 행동을 중지하라”며 “미국과 동맹군은 의심할 여지없는 방어 능력이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트럼프 행정부 내 각기 다른 목소리는 2주 전 백악관 권력 다툼을 연상케 한다. 트럼프는 지난달 말부터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을 비난하는 데 열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럴 줄 알았으면 세션스를 임명하지 않았다”며 “그는 극도로 불공평하다”고 비난했다. 세션스 해임설이 나돌았던 중에 앤서니 스카라무치 전 백악관 공보국장은 해임됐고, 존 켈리 전 국토안보부 장관이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취임했다. 스카라무치의 해임은 임명 열흘 만에 이뤄진 것이었다. 켈리 전 장관이 비서실장으로 임명되면서 백악관 내 권력 구조가 재편됐고, 세션스의 해임설도 가라앉았다. 최근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현 각료 모두를 100% 신뢰한다”며 “각료들의 자리 이동에 대한 대화는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