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 포문을 연다.
12일(현지시간) CNN머니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등 부적절한 무역관행에 대한 조사 착수를 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한 미국 정부 고위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했을 때 이런 소식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지난 1974년 제정된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것이라고 미국 정부 관리들은 설명했다.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새 무역제재를 발표하면서 세부사항을 얼마나 공개할지는 불확실하지만 로버트 라이트하우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301조는 미국 수출품에 대해 무역 장벽을 세운 국가에 대해 미국 정부가 수입관세 인상 등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한다. 동 법은 지난 1988년 대통령의 무역보복 권한을 강화하는 슈퍼 301조로 대폭 개정돼 1990년대 초까지 미국이 일본 등에 대해 무역제재를 취하는 수단으로 쓰여왔다. 그러나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창설 이후 미국 정부는 301조 적용을 거의 하지 않았다. WTO는 일방적인 무역제재 조치를 금지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외국기업들에 강제 기술이전을 요구하고 특허기술을 도용하는 등 광범위하게 지재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CNN머니는 USTR의 조사로 미국이 향후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크게 부과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전했다. 야당인 민주당도 중국의 지재권 침해에 대한 강경 대응을 요구하고 있어 이번 조치는 의회의 지지를 얻을 가능성도 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가 지난 1월 취임한지 3일 만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지만 그 이후로는 자신의 보호무역주의 어젠다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이번 발표로 다시 이를 가속화하려 한다고 풀이했다.
트럼프 정부는 외국산 알루미늄과 철강 제품 등에 대해 안보에 악영향이 가는지 여부를 조사했지만 기업계, 아시아와 유럽 동맹국들의 반대로 아직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는 않고 있다. 또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FTA)을 폐지하기보다는 재협상하기로 결정해 캐나다와 멕시코 등 3개국이 이달 중순 정식 협상을 시작한다.
전문가들은 중국 지재권 침해 등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가 시작되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1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는 중국 정부, 기업계 인사들과의 논의와 협상도 포함된다.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무역과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를 연계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재권 침해 조사 방침은 이달 초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새 북한 제재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얻고자 이를 연기했다고 FT는 전했다.
여전히 트럼프 정부는 이런 관측을 강하게 부인했다. 한 미국 관리는 “무역과 북한 문제는 서로 다른 이슈”라며 “북한의 안보위협은 미국과 중국이 공유하는 것으로 이를 해결하는 것이 두 나라 모두에 이익이다. 그러나 중국의 무역관행에 대한 우려는 오래됐으며 이런 경제문제에 안보와 다르게 접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미국 관리는 트럼프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시작할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기본적으로 절도와 기술이전 강요에 대한 것으로 트럼프는 이를 멈춰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확고하다”며 “중국도 이 점을 이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3일 미국 정부의 조사 방침이 양국 무역과 경제협력을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반발하는 등 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최근 “중국 정부는 일관되게 지식재산권 보호를 중시했으며 그 성과는 모두가 알고 있다”며 “WTO 회원국이 조치를 취하려면 WTO의 규정을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와 시진핑은 지난 4월 정상회의에서 양국 무역갈등을 완화할 100일 계획을 만들자고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달 100일 계획 성과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열렸던 미ㆍ중 포괄적 경제대화에서 양측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