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人사이트]이근우 버틀러 대표 “여행사업 3번 실패 딛고 다시 ‘모시러’ 갑니다”

입력 2017-08-1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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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지·콘텐츠 앱·렌터카서 ‘쓴맛’…대리기사 시간단위 고용 ‘모시러’ 서비스

중견기업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던 2년차 직원이 돌연 사표를 내고 사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한창 떠오르고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2012년 회사를 나와 사업을 시작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세 번의 창업과 세 번의 실패. 그는 네 번째 회사를 차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간제 수행기사 서비스 ‘모시러’의 이근우(33) 버틀러 대표 이야기다.

▲제주도 월간지?여행지 콘텐츠 앱?렌터카 사업 등의 실패를 딛고 시간제 수행기사 서비스 ‘모시러’를 만든 이근우 버틀러 대표?이 대표는 “신뢰받는 운송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최유진 기자 strongman55@)
▲제주도 월간지?여행지 콘텐츠 앱?렌터카 사업 등의 실패를 딛고 시간제 수행기사 서비스 ‘모시러’를 만든 이근우 버틀러 대표?이 대표는 “신뢰받는 운송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최유진 기자 strongman55@)

◇아나운서 지망생에서 사업가로 = 이근우 대표의 원래 꿈은 아나운서였다. 회사를 다니면서 아나운서를 준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입사했지만 사회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1년 동안 쉬는 날이 1주일도 안 될 정도로 바쁜 날의 연속이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뭔가를 해보자는 마음으로 2012년 퇴사해 제주도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주변에서는 사회 경험을 쌓은 뒤 사업을 시작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하지만 회사에 소속된 시간이 길어질수록 하고 싶은 일을 못 할 거라는 생각에 빠른 도전을 하게 됐다. 이 대표는 “여행을 좋아하는 만큼 지금 나이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도전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시작한 첫 번째 사업은 개별 여행객들에게 제주도를 소개해주는 월간지였다. 개인으로 온 제주도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주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제주도는 대중교통이 발달된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개별 여행보다는 대형버스를 이용한 단체 관광객들이 많았다. 개별 여행객들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사업 성장이 더뎌 1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두 번째는 여행지와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고 등록해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앱을 서비스했다. 하지만 ‘누가 사진을 돈 내고 보냐’는 인식 때문에 수익화가 어려워 사업을 접었다.

두 번의 실패를 겪은 이 대표는 수익성에 대해 고민하다 렌터카 분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블랙엔젤’이라는 악성 투자자를 만나 지분만 넘기고 투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6개월간 ‘콜김’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다 이를 유지할 수 없게 돼 세 번째 실패를 맛봤다.

이 대표는 “세 번의 창업과 세 번의 실패를 겪으며 시장에 대한 이해와 수익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며 “시장에 어떤 문제가 있고 파고들어야 할 부분에 대해 알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현장을 발로 뛰며 사업 구상 = 여행과 관련된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이 대표는 ‘모시러’ 사업에 대해 구상하면서 운송업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모시러는 수행기사를 시간 단위로 고용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주로 해외 VIP 방문, 여성, 노인 등이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부르는 대리기사인 셈이다.

이 대표는 대리운전 산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1년 6개월가량 직접 대리기사 일을 해봤다. 직접 일을 하면서 느낀 경험이나 개선점을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모시러’에 반영했다.

그는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황에도 언제 어디서나 이동할 수 있도록 신뢰 관계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 아내나 아들, 부모님이 탔을 때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서비스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버틀러는 법인 설립 후 일반 개인투자자로부터 2억 원을 투자받았다. 인근 주차장 사업을 하고 있는 대표가 사업성을 눈여겨보고 흔쾌히 자금을 빌려준 것. 지난해에는 본엔젤스와 카이스트청년투자창업지주로부터 총 5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모시러의 서비스는 렌터카 회사와 제휴를 통해 진행된다. 고객들이 차량 신청을 하면 모시러의 대리기사들이 차량을 몰고 픽업한 뒤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하는 것이다. 언뜻 보면 택시와 비슷해 보이지만 시간당 금액이 결제된다는 점에서 택시와 다르다. 대부분 주요 호텔과 계약을 통해 외국 VIP, 바이어, 비즈니스 등에 사용된다.

현재 등록돼 있는 기사는 497명에 달한다. 이들 중 약 95% 이상이 연극과 뮤지컬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들이다. 스케줄이 일정하지 않고 들쑥날쑥한 배우들은 기사로 등록한 뒤 자신이 운행할 수 있는 시간대를 남기고 회사 측은 이를 확인해 적절한 시간대의 기사를 배치한다. 연기로만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이들은 스케줄이 비는, 원하는 시간대에 일할 수 있어 꾸준히 참가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497명 중 여성 기사는 10명 정도다. 고객 중에는 여성도 있기 때문에 이때는 여성 기사 배치를 우선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반기엔 고객 저변 확대 계획 = 이 대표는 호텔과의 계약을 통해 주로 B2B 위주로 서비스하고 있는 데서 벗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다양한 홍보와 마케팅 활동을 펼쳐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국제 유치원이나 자녀 픽업 서비스, 어르신 병원 이동 등 모시러 서비스를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저변을 확대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일반인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무료 이용권과 같은 이벤트를 기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버틀러는 창업 당시 이 대표를 포함해 5명으로 시작했다. 이들 모두 한 번씩의 창업 실패를 겪은 전직 대표들이다. 창업하기 전 3개월 동안 멤버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전직 대표들이 똘똘 뭉쳤다. 그는 “사업을 한 번씩 해 본 사람들이라 책임감도 강하고 위기 극복에 대한 의지도 높다”며 “윤성호 이사의 경우 차랭 운송서비스 플랫폼을 기획했을 정도로 운송업에 대한 인식도 높은 편”이라며 멤버들을 소개했다.

이어 “세 번의 실패 경험은 좋은 밑거름이 돼 현장에서 개선점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더 많은 사람들과 상생하면서 신뢰받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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