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나의 신(新)주택 생활기

입력 2017-08-1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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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소원은 아파트에 사는 것이었다. 친구들과 놀다가 헤어질 때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끼리는 같이 가는데 나만 혼자 집으로 오는 게 싫기도 했지만,그들끼리 하는 집 얘기에 공감하지 못하는 때는 소외감마저 느껴져 친구들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 집은 작은 마당이 있는 주택이었고, 내가 독립하기 전까지 부모님은 편리한 아파트보단 세를 받을 수 있는 주택을 고집하셨다.

평생 주택에서만 살다가 자라서 독립을 하고 내가 집을 고를 때가 되어서야 아파트는 아니지만 주택을 떠날 수 있었다. 회사와 가깝고 손쉽게 유흥을 즐길 수 있는 위치의 집을 선호했고, 회사까지 걸어갈 수 있는 강남 한복판 빌라에서 전세를 살게 되었다. 그런 삶은 10여 년 넘게 지속되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긴 후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렇듯 나 역시 삶의 기준이 모두 바뀌게 되었다. 회사까지 1시간 넘게 버스를 타더라도 아이에게 깨끗한 공기를 마시게 해주고 싶었고, 내가 즐기는 유흥 따윈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산과 들과 하늘에 비하면 감히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렇게 우린 경기도 김포 한강신도시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파트에도 살게 되었다.

그런데 15층 아파트에 4년 정도 살아보니 더 특별할 것도 없었고, 어린 시절의 동경도 사라져 버렸다. 어릴 때부터 익숙해져 있던 땅과 가깝게 살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한 번도 주택에 살아보지 못한 내 아이에게 아빠가 그랬듯이 마당에서 흙장난도 하고, 마음 편하게 놀 수 있게 해주고 싶어 내 의지로는 처음으로 작은 마당이 있는 주택에 살게 되었다.

그런데 주택으로 이사하니 생각하지 못했던, 아니 알고 있었지만 십수 년의 빌라와 아파트 생활로 잊어 버렸던 감성이 다시 돋아났다. 현관문을 열면 바로 땅을 밟을 수 있다는 게 이렇게 좋은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고, 아파트에선 들을 수 없던 빗소리도 듣게 되었고, 눈이 내리면 내 눈앞에서 쌓이는 걸 볼 수 있다는 것도 경이로웠다. 퇴근 후 일과가 끝나고 마당에서 차를 마시며 가족끼리 보내는 시간도 여유롭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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