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유럽기업 투자 급증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유럽연합(EU)이 대대적인 해외 자본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EC) 위원장은 오는 9월 기조연설을 통해 해외 투자에 대한 검증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통해 해외 자본 관리에 있어서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 비해 뒤떨어진 점을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EU 회원국 28개국 중 13개국만이 인수·합병(M&A)과 해외 투자 등에 대한 공식적인 규제를 가지고 있으며 나머지 국가들은 이렇다 할 규제책이 없다. 소식통에 따르면 EU 차원의 M&A 규제안은 기존에 규제책이 있는 국가도 EU 차원에서 정한 해외기업의 M&A 허가 여부 감독 기준 사용을 장려토록 할 예정이다. EC는 나아가 EU의 자금 지원을 받은 기업의 인수에도 EU 수준의 투자 심사를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EU 역내에서는 중국이 에너지나 첨단제조, 인프라 등의 분야의 유럽기업들을 인수해 기술을 확보하는 동시에 정작 EU 투자자들의 투자 기회를 막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투자와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지적하기도 한다. 메르카토르 연구소와 로디움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으로 향한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액수는 지난해 350억 유로에 달했다. 이는 전년보다 3분의2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유럽의회도 최근 동등한 시장접근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외국자본의 공공기관 및 공공기업 인수를 제한하는 방법 마련을 촉구했다. 싱크탱크 브루겔의 앙드레 사피르 수석 연구원은 “EU가 중국과 동등한 힘을 가지고 협상하고자 무기를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이같은 움직임이 최근 중국투자와 교역문제에 대해 경계감을 키우는 미국 행보와 맥락을 같이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그간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지적해왔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등 부적절한 무역 관행에 대한 조사 착수를 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