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잇단 실정에 CEO 자문위원들 다 떠난다

입력 2017-08-16 09:19 수정 2017-08-1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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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인 우월주의 단체 폭력시위에 대한 비판을 망설이다 역풍에 휩싸인 가운데 백악관 경제자문 위원들이 잇따라 절교를 선언하고 있다. 잇단 실정(失政)에 이어 이번에는 미국 주요 기업의 경쟁력이자 미국이 추구하는 기본 가치인 다양성을 간과하는 트럼프의 대통령에 선 긋기에 나선 것이다.

미국 3대 제약회사 머크의 케네스 프레이저 최고경영자(CEO)는 14일(현지시간) 대통령 직속 경제 자문단인 제조업 일자리위원회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프레이저는 제조업 자문단에서 유일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었다. 프레이저를 시작으로 반도체 제조사 인텔의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CEO와 스포츠용품 업체 언더아머의 케빈 플랭크 CEO도 제조업 일자리위원회 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튿날인 15일 오전에는 마리오 롱기 전 US스틸 CEO와 스콧 폴 제조업연합회(AAM) 회장도 해당 자문단에서 빠지기로 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미국 최대 노동조합인 노동총연맹(AFL-CIO)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맡은 리차드 트럼카와 테아 리가 제조업 일자리위원회 사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지난 주말 백인 우월주의자 집회 유혈사태에 대한 트럼프의 늑장대응과 미온적 태도에 항의해 자문위를 사퇴한 미국 기업인은 이틀 새 6명으로 늘었다. 이밖에 월마트와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 펩시코의 인도 출신 CEO 인드라 누이와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도 트럼프의 태도를 비판하는 발언을 내놨다.

제조업 부활과 경제성장을 공약으로 내세워 대권을 잡은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 미국 유력 기업 CEO들을 비롯한 재계에 내로라하는 인물들로 구성한 각종 자문위원회를 만들었다. 미국 재계도 트럼프의 인프라 투자 정책 등 친기업 정책을 환영하며 트럼프의 자문단 합류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반(反)이민정책과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등 트럼프의 잇따른 실책으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트럼프 행정부와 거리두려는 기업인들이 늘고 있다.

트럼프가 지구 온난화 정책의 국제적 틀인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 방침을 선언하자 트럼프 행정부 경제자문위원회 중 하나인 ‘전략정책포럼’에 소속됐던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월트디즈니의 밥 아이거 CEO가 자문단에서 사임할 뜻을 표명했다.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CEO는 반(反)이민 정책에 대한 행정명령 서명 이후 여론이 악화하자 전략정책포럼 자문단에서 빠졌다. 전문가들은 샬러츠빌 사태가 트럼프의 경제 정책에 호의적이었던 미국 재계와 트럼프 행정부 간의 골이 깊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오락가락 말 뒤집기로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는 14일 프레이저 머크 CEO가 자문단 사퇴 의사를 밝히자 자신의 트위터에 “프레이저는 바가지 약값을 내릴 시간이 많아질 것”이라고 비꼬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의 책임을 묻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유혈사태가 벌어진지 이틀 만에 “인종주의는 악”이라고 공개 천명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앞서 지난 12일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선 네오나치와 쿠클럭스클랜(KKK) 등 극우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대규모 폭력시위가 벌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반대 진영의 여성 시위대 1명과 경찰 2명 등 모두 3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다쳤다. KKK 등 백인 우월주의 단체는 트럼프의 주요 지지세력 중 하나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백인 우월주의 시위대에 맞섰던 반대편에도 책임이 있다는 식의 태도를 보여 공분을 샀다. 이날도 트럼프는 주요 기업인들의 자문단 줄사퇴가 일어나자 “그랜드스탠더(특별관람석의 관객)는 자리를 떠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들을 대체할 사람은 많다”고 일갈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샬러츠빌 사태로 트럼프의 최측근이자 극우성향의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해임될 위기에 놓였다고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여론 악화에도 말을 아끼다 늑장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배넌이 있으며 트럼프가 이미 수개월간 배넌의 해임을 고려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NYT는 배년에 대해,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과의 불화 속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근간인 극우 보수주의를 구현하며 자리를 보전했으나 이제는 트럼프마저 등을 돌리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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