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76. 김임벽당(金林碧堂)

입력 2017-08-1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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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까지 이름 날린 조선전기 여성시인

김임벽당(金林碧堂·1492~1549)은 조선전기 3대 여성시인이다. 시(詩)·서(書)·자수(刺繡) 삼절(三絶)로 이름을 떨친 예술인이다. 임벽당은 충남 부여에서 아버지 의성 김씨 김수천(金壽千)과 어머니 한양 조씨의 딸로 태어났다. 남편은 기계 유씨 유여주(兪汝舟)인데, 남편이 기묘사화(1519)에 연루되자 충남 서천군 비인면 남당리로 낙향하여 평생을 은거하며 살다가 졸하였다.

임벽당 부부는 집 근처에 연못을 파고, 못 가운데에 소나무, 대나무를 심어 선취정(仙醉亭)과 임벽당(林碧堂)을 조성하였다. 또 배꽃, 복숭아꽃을 심어 놓고 완상하였는데, 그로 인해 마을 이름이 도화동(桃花洞)과 이화동(梨花洞)으로 불렸다고 한다. 현재 남당리에는 임벽당이 살았던 집터와 묘소, 부부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500여 년 된 은행나무 두 그루가 마을의 역사와 품격을 말해 주고 있다.

김임벽당은 조선전기 우리나라 3대 여성 시인으로 이름이 높았다. 조선시대의 문학평론가 어숙권(魚叔權)은 ‘패관잡기(稗官雜記)’라는 책에서 조선 전기의 3대 여성시인에 정씨·성씨·김씨가 있다며 각각의 시를 소개하였다. 이 책에서 말한 김씨가 바로 김임벽당이다. 임벽당의 한시는 어숙권의 평가 이후 조선의 역대 한시 평론서에서 자주 거론되었다. 임벽당의 한시는 생존 시에 이미 소문이 났었던 것으로 보인다.

임벽당의 시문집은 후손 유세기(兪世基·1653~1737)가 ‘임벽당칠수고(林碧堂七首稿)’로 편찬하였다. 시집의 편찬 동기는 이렇다. 유세기의 벗 김두명이 서장관으로 1683년(숙종 9) 중국사행을 다녀오면서 중국 전겸익(錢謙益·1582~1664)이 엮은 ‘열조시집(列朝詩集)’을 구입해 유세기에게 보여주게 되었다. 책 속에는 뜻밖에도 유세기의 7대조 할머니 임벽당의 시 세 수가 수록되어 있었다. 유세기의 집안에는 200여 년 가까이 보관되어 내려오던 임벽당의 자필 자수 베개가 있었던 터였다.

여기에 허균이 편한 ‘국조시산(國朝詩刪)’에 수록되어 있던 임벽당의 시 두 수를 더하여 총 일곱 수를 수집하였다. 유세기는 이 일곱 수의 시에 남구만·조지겸·윤증·조인수·한태동·남용익 등에게서 서문과 발문을 구하여 ‘임벽당칠수고’를 엮었다.

임벽당은 시(詩)·문(文)·서(書)·자수(刺繡)에 뛰어난 재주를 가졌다. 임벽당 후손 집안의 문헌이 전쟁과 화재로 불타 없어지지만 않았더라면 임벽당의 주옥 같은 문학작품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임벽당이 베갯모에 수를 놓았다는 ‘제임벽당(題林碧堂)’ 시 두 수에 대해 남구만은 “암송하면 성률(聲律)이 화평하고, 음미하면 흥취가 그윽하고 한가로워 ‘시경’, ‘이남(二南)’의 유풍을 계승하였다”고 평가하였다. 그리고 “세속을 벗어난 아취와 자득(自得)의 즐거움, 가난하나 검약하여 화려함을 그리워하지 않았다”며 도연명(陶淵明)과 임포(林逋)의 작품들과 견줄 만하다고 극찬하였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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