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후려치기 겁나” 의사들 文케어 걱정… 의사 88% 부정적 답변

입력 2017-08-1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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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고액의료비로 인한 가계파탄을 막는 내용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내놓았다. 사진은 건강보험공단 강남서부지사 모습. (연합뉴스)
▲정부는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고액의료비로 인한 가계파탄을 막는 내용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내놓았다. 사진은 건강보험공단 강남서부지사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인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대해 의료계와 보험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16일 의료계와 업계에 따르면 국민 복지 증진이라는 큰 방향에는 동의 하지만, ‘문재인 케어’의 실현 가능성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수가 현실화와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뚜렷한 대책 없이,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추진할 경우 문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재인 케어’는 미용과 성형을 제외한 3800여 개의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급여나 예비급여로 분류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비급여란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해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진료비로,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의료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왔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초음파,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 모든 의료비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게 된다.

의사들의 권익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주말 시도의사회장단 모임을 열고 “의료수가 현실화와 재원 확보 대책이 부실해 파행히 불가피하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정부 방침에 적극 대응키로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특히 “국민 의료비를 절감하려면 먼저 적정 수가부터 보전해줘야 한다”며 ‘문재인 케어’ 실행에 앞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3800여 개에 달하는 비급여 항목의 수가를 표준화하는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실제로 의료수가 조정은 정부와 의료계, 소비자 대표 등이 모여 일일이 항목마다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난항이 예상된다. 일산에서 한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A 원장은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아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비급여 항목의 수가가 불합리하게 결정될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전국의사총연합, 대한흉부외과의사회 등 5개 개원의 단체는 ‘비급여 전면 급여화 저지와 의료제도 정상화를 위한 비상연석회의’를 구성하고, 아예 새정부의 보장성 강화대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26일 광화문에서 비급여 전면 급여화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의사 전용 웹사이트 메디게이트가 10~11일 의사 700명을 대상으로 한 ‘문재인 케어’에 대해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8%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의료기관 수입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응답도 89%에 달했다.

보험업계도 발표 때와 다르게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험업계는 발표 당시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하락에 대한 기대감에 환영을 표시했다. 실손보험은 비급여 진료비와 급여 진료비 중 본인이 낸 부담금을 보장해주는 보험상품이다. 실손보험은 그동안 병원의 과잉진료와 보험사기 등에 악용되면서 보험사들의 손해율 악화를 불러왔다.

하지만 ‘문재인 케어’가 현실화할 경우 실손 의료비 보험료 인하를 초래하고, 실손보험 수요 자체가 줄어 매출이 하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실손보험의 역할 변화에 따른 새로운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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