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맥주 시장의 판을 흔들겠다’며 야심차게 세상에 나온 롯데주류 ‘피츠 슈퍼클리어(이하 피츠)’를 개발한 롯데주류 상품개발팀 조판기 팀장은 14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맥주 시장 1, 2위인 오비맥주와 하이트를 겨냥해 6월 출시된 피츠는 알코올 도수 4.5도로 라거 맥주 시장에 첫선을 보였다. 어떤 음식과 곁들여도 부담 없는 단체용 술로 소개됐던 피츠는 소맥(소주+맥주)으로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7월 기준 1500만 병(330㎖ 기준) 판매를 돌파했다. 한 달 판매량을 환산하면 1초에 약 6병, 하루 약 50만 병씩 팔린 셈이다. 이는 수입맥주의 공세로 침체기를 겪고 있는 국내 맥주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온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받을 만하다.
조 팀장은 피츠의 개발 배경으로 “롯데주류의 2021년 목표인 맥주 업계 2위, 점유율 25%를 달성하기 위한 승부수”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맥주 시장을 분석한 결과 엷은 맛은 70%, 풍부한 맛은 30%로 양분화돼 있어 풍부한 맛을 내세운 클라우드만으로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최근 맥주 시장이 다양하고 새로운 맛을 찾는 트렌드로 변화하고 있다는 조 팀장은 피츠 개발을 위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맥주 시장에 주목했다. 일본 맥주 시장 발전과 비교해 볼 때 한국 맥주 시장은 산뜻하고 엷은 맛의 맥주가 레귤러(스탠더드) 맥주로 정착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
조 팀장은 “일본 아사히 레귤러 맥주처럼 한 번 정착된 맛을 뒤집는 것은 어렵다”며 “현재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엷은 맛 레귤러 맥주인 카스와 하이트는 향후에도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롯데로서는 기존 제품과 비슷하면서 차별성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기존 맥주들이 가볍고 시원ㆍ상쾌한 음용감을 중요시했다면 피츠는 여기에 잡미를 없애 깔끔한 맛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 레귤러 맥주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카스와 하이트는 일본의 발포주보다 엷고 가벼운 특징이 있다”는 그는 “기존 맥주는 하이그래피티(HG) 공법을 이용해 물에 탄 싱거운 맥주라면 피츠는 오리지널그래피티(OG) 공법을 적용한 국내 최초의 레귤러 맥주”라고 국산 맥주가 맛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시장 지배력이 절대적인 레귤러 맥주 시장에 신제품으로 도전장을 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 팀장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소비자 분석을 하다보니 클라우드처럼 시장 경쟁의 축을 바꿀 수 있는 열정이 생겼다고 한다.
조 팀장은 “회사 직원들은 클라우드의 영향으로 진한 맛을 선호하는 반면 소비자 조사에서는 결과가 정반대로 나왔다”며 “실제로 피츠가 만들어지기까지 레시피 검증에만 20여 차례가 넘는 소비자 조사를 진행하고 3000여 명의 데이터를 거쳐 밸런스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레귤러 맥주 시장에 도전한 피츠에 대해 그의 자부심도 남다르다. 조 팀장은 “프리미엄급과 레귤러 다음으로 맥주 음용자라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슈퍼 프리미엄급 제품을 만들고 싶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맛과 브랜드력을 가진 제품을 개발해 ‘맥주를 가장 잘 만드는 회사는 롯데’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