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과 무관한 것으로 빵을 만들었지만 계란 출하 중단 소식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출하 중단이 길어지면 제품 생산 중단까지 우려된다.”(식품업계 관계자)
“아이들에게 줄 마땅한 반찬이 없을 때 계란 프라이에 간장을 더한 간장계란밥을 만들어주곤 했는데 살충제 성분이 들어갔을지 모를 계란을 먹였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민다.” (5·2세 자녀를 둔 30대 주부 윤모 씨)
정유년(丁酉年) 붉은 닭의 해에 하필이면 닭과 계란의 수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발생했던 조류인플루엔자(AI)가 이제야 후유증이 잦아드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살충제 계란 사태가 덮치면서 계란이 식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16일 정부는 경기도 남양주와 광주의 산란계 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검출되자 15일 자정부터 전국 3000마리 이상 계란 사육농가의 출하를 중단시켰고 전수검사를 진행 중이다. 대형마트 3사와 농협하나로마트, 슈퍼마켓, 편의점을 비롯해 쿠팡과 위메프 등 주요 온라인 쇼핑몰도 생란과 구운 계란, 과자류 등 계란 관련 제품 판매를 전격 중단했다.
유통업계는 작년 말 시작된 AI 여파로 계란 한 판 가격이 7000원대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이번 살충제 계란이 미칠 파문이 AI 때보다 더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추석 성수기를 한 달여 앞둔 시점이라 사태가 장기화하면 ‘계란 대란’으로까지 번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번에는 수급 불안에 따른 가격 폭등도 폭등이거니와 먹어도 되는 건지 식품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의 문제로까지 번질 기세여서 파급력이 더 크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짚으로 만든 꾸러미에 든 계란 10알은 최고의 명절 선물 중 하나였다. 1950년대 6ㆍ25전쟁 후 계란은 닭고기ㆍ돼지고기ㆍ찹쌀과 함께 명절 선물 4대 인기품목에 꼽혔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계란의 가치는 돼지고기 한 근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1967년 계란 한 꾸러미 가격은 110원, 돼지고기 한 근(600g)은 120원으로 기록돼 있다.
50년이 지난 지금은 계란 10알 가격이 2532원, 돼지고기(삼겹살) 한 근 가격은 1만4202원(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기준)으로 50년 사이 계란은 22배 오른 데 비해 돼지고기는 117배나 올라 격차가 커졌다. 하지만 여전히 계란은 들어가지 않는 음식이 없을 정도로 값싼 완전식품으로서 서민들에게 단백질 공급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더욱이 계란을 그저 단순히 수많은 식재료 가운데 하나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대체할 식품이 없기 때문이다. 만일 AI 사태로 빚어진 공급 부족이 계란이 아닌 밀가루였다면 어땠을까. 가격이 어느 정도 올랐겠지만 쌀과 같이 비슷한 가격으로 대체할 수 있는 식품이 있어‘대란’으로까지 확산하진 않았을 것이다.
AI로 이미 몸값이 오를대로 올라 ‘귀하신 몸’이 된 계란이 살충제 파동까지 겹치면서 앞으로 서민들은 더 이상 계란을 쉽게 먹을 수 없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