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6일 당권 경쟁자인 천정배 전 대표에게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해 공세를 펴려다 오히려 역공을 맞았다.
천 전 대표는 물론 정동영‧이언주 의원까지 나서서 안 전 대표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사드 배치와 관련한 입장을 번복한 점을 한목소리로 비판했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당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 주최로 열린 초청 토론회에서 천 전 대표를 향해 “대선 후 한 달 정도 전이라고 기억하는데, 사드 배치를 다시 철회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나. 지금 입장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천 전 대표는 “사드 배치 철회 쪽으로 말한 기억이 없다”고 잘라 말한 뒤, “저는 원래 사드 배치에 비판적인데, 이 문제에 할 말이 많다”고 응수했다.
천 전 대표는 이어 안 전 대표를 향해 “아무리 대선후보라도 그렇지, 느닷없이 혼자 당론 변경을 말한 건 아주 문제 있었다”며 “대선 과정에서 그런 말을 하면 우리 당에 피해가 와 당이 살 수 없다고 생각해서 참고 있었던 것”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안 전 대표가 “경과를 말하자면, 당시 주승용 원내대표가 의원들 전체 의견을 취합해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천 전 대표는 “그건 안 전 대표가 찬성한다고 말한 사후의 일”이라고 반박했다.
정동영 의원도 가세했다. 정 의원은 “몇 달 만에 상황이 바뀌었으니 찬성? 철학과 신념으로 하는 정치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안 전 대표를 향해 “나는 스티브 잡스다, 나는 마크롱과 같다, 샌더스가 내 노선이다, 안중근처럼 하겠다, IMF 때 김대중 노선이 극중주의노선이다, 하는데 도대체 누구 노선인가”라고 따지기도 했다.
이에 안 전 대표는 “우리 적들이 했던 비판”이라며 “샌더스와 같다고 제가 말한 적 없고, 스티브 잡스는 민주당 탈당하면서 패권세력에서 벗어나야만 한다는 신념에서 드린 말씀이었다. 마크롱은 우리 당이 성공사례로 벤치마킹하자는 말이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등을 만들 때 강령에서 중도정당이란 말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언주 의원의 공세가 뒤따랐다. 이 의원은 안 전 대표를 겨냥해 “처음에 반대했을 때는 일리 있었지만, 찬성으로 돌아설 때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분명히 얘기하고 일관돼야 했다”고 입장 번복 이유를 캐물었다.
안 전 대표는 “처음엔 정말 중요한 수순을 빼먹어 국익에 심각한 손해를 끼쳤기 때문에 반대했지만 그 다음 계속 배치가 진행돼 돌이킬 수 없다, (찬성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며 “미국에서도 한미동맹의 상징으로 보고 있다는 분명한 의사를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사드는 한미동맹의 상징이 아니라 미국의 세계 MD전략에서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고, 이 의원도 “정 의원의 말이 맞다”고 힘을 보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