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78. 오청취당(吳淸翠堂)

입력 2017-08-1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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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근심을 술과 시로 달랜 가난한 양반댁

▲충남 서산시 음암면에 위치한 오청취당 시비.
▲충남 서산시 음암면에 위치한 오청취당 시비.

오청취당(吳淸翠堂·1704~1732)은 경기도 안성의 속현인 양성현, 곧 오늘날의 평택 포승에서 해주오씨 오기태의 딸로 태어났다. 22세 때 충남 서산시 음암면 유계리 경주김씨 김한량(金漢良·1700~1752)과 혼인하여 29세에 요절하기까지 서산의 여성으로 살았다. 청취당의 7년 동안의 혼인생활은 182수의 한시로 남아 ‘청취당집(淸翠堂集)’으로 엮였다. ‘청취당집’은 1803년에 외손 박종규(朴宗圭)에 의해 편찬되었는데, 청취당 사후 70여 년 만의 일이다.

청취당의 남편 김한량은 관직에 나아가기를 일찍 포기하고 향리에 은거하며 농사를 경영하였다. 때문에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여건이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양반의 가문이라고는 하나, 경제적 처지에서 보면 평민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였다.

청취당의 생애는 그야말로 가난과 고독에 몸부림치는 나날이었다. 어려서는 여섯 살 때 어머니 여흥민씨를 여의었다. 이때 남동생은 세 살. 새어머니가 들어와 일곱 명의 자녀를 낳았고, 가난한 집안의 여덟 동생들은 오롯이 맏이인 청취당의 몫이 되었다. 청취당은 이 아우들을 돌보고 새어머니의 집안일을 거드느라 길쌈과 바느질을 손에서 내려놓을 겨를이 없게 되었다. 청취당은 훗날 이때를 회고하며 “손바닥에는 항상 삼신산이 박혀 있었다”고 말하였다.

혼인 후 남편과의 관계도 좋지 못했다. 남편의 무관심 속에 25세와 26세 때에는 연년생으로 낳은 자식을 모두 잃었다. 청취당은 죽은 자식들을 가슴에 묻고 점점 더 벙어리처럼 말을 잃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피를 토하듯이 한자 한자 시를 엮어내려 갔다. 그렇게 남긴 한시가 182수이다.

청취당에게 시와 술은 맺힌 근심을 풀고, 우울한 심사를 덜어낼 수 있는 휴식처요 이상향이었다. “술 한 잔에 시 한 수, 정숙함엔 합당치 않으나, 시는 울적한 회포 논할 수 있고, 술은 능히 맺힌 근심 풀어낸다네.[一盃一絶句 雖不合幽貞 詩可論懷欝 酒能解結愁]”라고 읊은 시에서 그러한 정황이 잘 표현되어 있다.

특히 ‘홀로 위로하며[自遣]’ 시에서는, “부질없이 일곱 해 우환 많았기에, 오랫동안 가경의 기약 어기었구나. (중략) 술병 끌어안고 홀로 한 잔 술 기울이며, 붓 잡아 두어 수의 시를 엮어본다지. 이 어찌 부도(婦道)가 아닌 줄 모르리오? 미쳐 날뛴 완적(阮籍)도 분명 나와 같았을 것을!” 이라고 읊어 미칠 것만 같은 자신의 하루를 쏟아 내었다.

1732년 5월 15일. 동국(東國)의 계수나무로 자부하였던 고독한 천재 여성시인 오청취당. 그녀는 외아들 김언주(金彦柱)를 낳고 유통(乳痛)을 이기지 못하고 요절하였다. 평소 그토록 동경하였던 신선의 세계로 선인(仙人)이 되어 날아간 것이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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