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너무나 일상적인 성차별에 관하여…‘지영이’들의 공감

입력 2017-08-1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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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작가상’ 이어 ‘미래 젊은 작가’ 선정

“그놈의 돕는다 소리 좀 그만할 수 없어? 살림도 돕겠다, 애 키우는 것도 돕겠다, 내가 일하는 것도 돕겠다. 이 집 오빠 집 아니야? 오빠 살림 아니야? 애는 오빠 애 아니야? 그리고 내가 일하면, 그 돈은 나만 써? 왜 남의 일에 선심 쓰는 것처럼 그렇게 말해?” - 소설 ‘82년생 김지영’ 중에서

조남주 작가의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이 11일 ‘2017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데 이어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로 꼽혔다. 오늘의 작가상은 민음사 주관으로 41년 역사를 이어온 상이다. 최근 1년간 출간된 한국소설 중 독자들과 문학평론가, 작가, 서점 관계자, 문학 기자 등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최종 수상작을 선정한다. 이 작품은 최종 심사에서 “김지영 씨는 더 많은 사람에게 그 이름이 불리고, 머리와 가슴에 남겨져야 할 이름이다”, “누군가는 꼭 듣고 싶었고, 누군가는 반드시 들어야 하는 이야기”라는 심사평을 들었다.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는 예스24가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독자 투표를 통해 선정한 것이다. 조 작가는 전체 투표자 27만5807명 중 5만8948표(6.1%)로 1위에 올랐다.

조 작가는 ‘82년생 김지영’으로 인해 잇따른 수상에 “책이 나오고 여러 감상평을 전해 듣고 나서야 이 소설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독자들을 불편하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라며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불편한 이상 앞으로도 불편한 얘기를 하게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민음사/ 1만3000원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민음사/ 1만3000원

소설 ‘82년생 김지영’ 속 주인공인 김지영은 1982년에 태어난 평범한 대한민국 여성이다. 김지영은 부모님, 할머니, 언니, 남동생이 있는 집에 둘째 딸로 태어나서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고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된다. 그야말로 이 시대의 평범한 한국 여성인 셈이다. 이 책은 이처럼 특별할 것 없는 삶 속에서 주인공 김지영을 통해 한국에서 사는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차별, 불평등, 위협 등을 이야기한다.

그는 이 소설을 통해 성 평등을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특히 소설 속 내용 중 “법이나 제도가 가치관을 바꾸는 것일까. 가치관이 법과 제도를 견인하는 것일까”라는 부분은 작가의 고민을 그대로 드러낸다. 성 평등과 관련해 방향만 옳다면 법과 제도, 그리고 가치관이 서로 어우러져야 더 빠르게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한껏 담겨 있다.

주인공 김지영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고백을 한 축으로, 이 고백을 뒷받침하는 각종 통계 자료와 기사들을 또 다른 축으로 삼는 소설은 ‘이 시대의 수많은 김지영’의 인생 마디마디에 존재하는 성차별적 요소를 현실감 있게 묘사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제도적 성차별이 줄어든 시대의 보이지 않는 차별들이 어떻게 여성들의 삶을 제약하고 억압하는지 보여 준다.

소설은 김지영의 이야기를 들은 담당 의사가 그녀의 인생을 재구성해 기록한 리포트 형식으로 돼 있어 더욱 흥미롭다. 김지영은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자기 고백에 나선다. 자신의 인생을 회상하며 ‘그때 그 상황’에서는 차마 말하지 못한 것들을 차분히 쏟아내며 이 시대 여성의 대변자로 나선다. 무엇보다 ‘82년생 김지영’의 에피소드들은 무척이나 사실적이다. 어린 시절, 학창 시절, 회사 생활, 결혼 생활에 이르기까지 여성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 경험들은 ‘이 시대에 수많은 김지영’에게 공감을 샀다.

조 작가는 “‘82년생 김지영’을 쓰면서 나도 내 이야기 같은 부분이 많이 있고, 쓰면서 생각해 보니 ‘나도 이런 경험 있었는데. 나도 그때 속상했는데’ 생각이 들면서 울컥하더라”라면서 “책을 정신없이 쓰면서 나도 많이 울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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