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멀어지는 경기회복

입력 2017-08-1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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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고려대 총장

1분기 우리 경제는 1.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리하여 올해 경제가 3%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았다.

그러나 2분기 성장률이 0.6%로 떨어졌다. 여기에 6월 기준 제조업 가동률이 71.6%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이다.

경기회복이 다시 멀어지고 있다. 1분기 수출 증가와 정국 안정 등으로 우리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분기 들어 원래의 무력한 모습이 다시 드러났다.

중요한 사실은 수출 증가가 경제성장을 이끌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까지 우리나라 수출은 2년간의 최장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런 상태에서 올 들어 수출이 연속 증가세로 돌아서 경기회복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수출 증가가 일부 업종에 국한해 경제 전반의 파급효과가 낮다.

수출산업 자체도 불안하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이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목을 죄고 있다. 대(對)중 수출은 사드 보복 때문에 언제 타격이 본격화할지 모른다. 대미 수출도 한미FTA 개정 문제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

7월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은 19.5%에 이른다. 그러나 반도체와 선박 수출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은 2.8%에 불과하다.

특히 선박 수출 증가는 사실과 다르다. 선박은 발주자에게 선박을 인도해야 수출 실적으로 계산한다. 7월 우리나라 선박 수출은 61억 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3배나 된다. 이 수출 증가는 조선산업이 호황이던 2015년 이전에 수주한 것이다. 현재 조선산업은 극도의 위기 상태이다. 지난해 선박 수주는 전년보다 80%나 감소했다.

최근 우리 경제에 결정적 위기 요인으로 등장한 것이 자동차산업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중국과의 사드 갈등으로 인해 상반기 대중 수출이 47%나 감소했다. 여기에 GM이 10월에 2조 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철수할 가능성이 있어 임직원 1만6000명이 실직 위기에 처했다.

자동차산업의 긴급한 현안은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다.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법원의 판결이 나올 경우 기아자동차는 3조 원 규모의 손실을 본다. 그러면 기아자동차는 적자 위기에 처한다.

통상임금 문제는 기아자동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달 노동조합이 파업을 가결한 후 이미 부분파업을 시작한 상황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부품공급망도 불안하다. 자동차 경기 위축,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축소, 근로시간 단축 등의 악재가 겹쳐 5300개에 이르는 협력업체가 경영난에 처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3%에 불과하다. 모기업과 협력업체의 경영이 지속 가능하려면 영업이익률이 최소한 5% 이상 되어야 한다. 자동차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의 13.8%, 제조업 일자리의 11.8%를 차지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영불안으로 인해 자동차발(發)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경제를 떠받쳐야 하는 내수도 불안하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 소매판매 증가율이 4월 2.6%, 5월 1.5%, 6월 1.0%의 추세로 하락세다.

문제는 건설 경기의 불안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2.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중 건설 경기가 1.6%를 차지한다. 건설 경기의 경제성장률 기여율이 5분기 연속 50%를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자 건설 경기가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건설 경기가 침체하면 경제성장률이 매년 0.5%포인트 이상 하락하고 실업자가 1만5000명 이상 증가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한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 위협으로 소비와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위기를 직시하고 수출산업의 안정적 성장, 규제 완화와 기업환경 개선, 신산업 발굴 등의 산업 발전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부동산 분야도 주택 공급 증가 등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더욱이 북핵 문제와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데 외교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리하여 경제가 안정적으로 살아나는 새로운 성장시대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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