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가 이번 주 금요일로 다가오면서, 재계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의 재판은 다른 기업의 활동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탓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 오너 및 수뇌부들은 이 부회장 재판 결과에 따른 재계 후폭풍을 염려하며 몸 사리기에 들어갔다. 대기업 한 임원은 “재판부의 최종 판결에 따라 국내 기업환경도 얼어붙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박영수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 결심공판에서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정경유착에 따른 범죄’로 판단했는데,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자칫 정상적인 기업경영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에는 기업이 돈을 건네고 권력자가 사업 이권을 챙겨주는 행태가 짙었지만, 문민정부 이후에는 상황이 바뀌었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삼성과 현대차 등은 해외 사업에 집중하면서 국내 시장 이권에 대한 중요성은 낮아졌다. 하지만,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펼치기 위해선 기업들의 힘이 필요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재계는 창조경제, 상생 등의 이름으로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말을 듣지 않을 경우 온갖 불이익을 입게 되는 만큼 말을 듣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대통령에게 대가를 요구하면서 정책을 지원할 정도로 간 큰 기업인은 한국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미 재계는 최순실 사태 이후 대관팀을 축소하면서 기업의 목소리를 상시로 정부에 전달할 창구를 사실상 없앴다. 이 부회장의 뇌물죄가 유죄로 판결된다면, 이 같은 분위기는 더 짙어질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시간이 지난 뒤 정경유착 의혹에 휘말리느니 아예 접점을 끊어버리는 게 낫다”는 속내를 전했다.
한편, ‘폭풍 전야’인 삼성전자는 수뇌부를 중심으로 이 부회장의 뇌물죄 혐의에 대한 유ㆍ무죄 선고 가능성을 모두 열어 놓고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선고 장면이 TV 생중계될 가능성이 커진 것도 최종 판결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