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외 투자 단속한다더니…] 자동차 굴기는 예외?…창청車, FCA ‘지프’ 브랜드 군침

입력 2017-08-2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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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 차량 대명사인 지프로 유명한 SUV·픽업트럭 부문 인수 타진…다른 중국업체도 인수기업으로 물망에 올라

▲미국 뉴욕에서 4월 12일(현지시간) 국제오토쇼 기간 지프의 그랜드체로키 모델이 전시돼 있다. 뉴욕/AP뉴시스
▲미국 뉴욕에서 4월 12일(현지시간) 국제오토쇼 기간 지프의 그랜드체로키 모델이 전시돼 있다. 뉴욕/AP뉴시스

중국 당국의 해외 인수·합병(M&A)에 대한 규제 수위가 높아지고 미국에서 중국의 ‘딜(Deal)’에 대한 적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매물로 나온 피아트크라이슬러(FCA)에 일제히 군침을 삼키고 있는 것. 세계적인 자동차업체 FCA를 통째로 삼키거나 그 산하 브랜드를 인수하면 내수에 의존했던 중국은 단숨에 자동차 굴기를 이룰 수 있다. 자본 유출을 우려해 해외 M&A를 단속했던 중국 정부도 FCA 인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창청자동차는 FCA 산하 ‘지프(Jeep)’ 브랜드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 부문 인수에 관심을 표명했다. 인수 제안 금액이 얼마인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창청은 지프 브랜드를 손에 넣고자 다른 사업도 같이 사들이거나 아예 FCA 전체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FCA는 이날 “창청자동차로부터 지프 인수 타진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밝혔지만 주가는 이탈리아와 뉴욕증시에서 각각 6.9% 급등했다.

창청은 1984년 설립된 민간 기업으로 픽업트럭 부문에서 중국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SUV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 대기업과 합작을 하지 않은 중국 독자 브랜드 업체로 지난해 판매 대수는 107만대였지만 대부분 중국 내수용이었다.

오프로드 차량의 대명사인 지프를 인수하게 되면 창청은 오랜 숙원인 해외시장 진출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다. 창청은 올해 프리미엄급 새 SUV ‘웨이(WEY)’를 내놓았는데 지프를 활용하면 고급 SUV 부문에서 더욱 탄탄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창청 이외에도 광저우자동차와 둥펑자동차, 지리자동차 등 다른 중국업체들도 FCA 사업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FCA의 지난해 판매 대수는 약 460만 대다. 중국에서는 광저우자동차와 제휴 중이다.

창청의 지프 인수 타진 소식은 중국 자동차업계가 해외시장 진출을 얼마나 갈구하는지 보여주는 일례라고 FT는 전했다. 중국 업체들은 자국에서의 경쟁이 더욱 격렬해지면서 해외시장에서의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지고 품질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기 때문에 해외 유명 브랜드를 인수하는 것이 해외 진출에는 가장 쉬운 길이다.

창청이 지프 혹은 FCA 전체를 인수하면 중국의 유럽 자동차업체 인수로는 두 번째가 된다. 7년 전 중국 지리차는 경영난에 빠져 있던 스웨덴 볼보를 인수하고 나서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자국의 환경을 활용해 현지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등 볼보를 성공적으로 살렸다. 또 지리차는 볼보의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입지를 구축하게 됐다.

한편 FCA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량 등 신기술의 등장으로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다며 자동차업계의 통합 필요성을 강조, 자사를 매각할 의사를 계속 내비쳤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프 이외에 크라이슬러 등도 매각 검토 대상이다. 마르치오네는 지난 2004년 파산 위기에 몰려있던 피아트를 살려냈고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휘말렸던 크라이슬러와 합병해 세계 7위 자동차업체인 FCA를 탄생시켰다. 2019년 은퇴를 앞두고 마지막 과업으로 회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르치오네는 제너럴모터스(GM)와 폴크스바겐 등에 매각을 타진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런 가운데 마침 중국 기업들이 인수를 검토하면서 거래 성사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다만 창청 등 중국업체가 지프나 FCA를 인수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FCA 임원은 “트럼프가 백악관에 있는데 우리가 중국에 매각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미국이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는 등 무역전쟁이 일어나는 가운데 미국 대표 브랜드인 지프를 매각하는 것이 곤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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