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파워엘리트] 백운규 장관, 교수 출신 신재생에너지 전문가… ‘脫원전’ 속도 낸다

입력 2017-08-2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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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캠프 에너지분야 주요정책 ‘밑그림’… 임종석 비서실장과 4년 선후배 인연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산업부 소관 공공기관장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백 장관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선거 캠프에서 신재생 에너지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학자 출신으로 정부의 脫원전 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뉴시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산업부 소관 공공기관장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백 장관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선거 캠프에서 신재생 에너지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학자 출신으로 정부의 脫원전 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뉴시스

탈(脫)원전·석탄과 함께 신재생 에너지 확대를 골자로 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 중심에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있다. 경남 마산 출신으로 진해고와 한양대 무기재료공학과를 졸업한 백 장관은 어릴 적 꿈이 건축가였고 어머니는 한의사가 되길 바랐다. 한양대 공과대에 계열 모집으로 입학한 뒤 소재 쪽에 흥미를 느껴 진로를 튼 뒤 외길을 걸었다. 미국 클렘슨대에서 박사학위(세라믹공학)를 받은 뒤 미국 표준기술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국내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했다.

무기재료공학을 전공한 백 장관은 신재생에너지 소재 공학 분야의 석학이다. 그는 세계 최초로 저가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 제조공정 기술인 수계 리튬 2차전지 개발에 성공해 2008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재단이 선정한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을 수여했다.

주로 학계에서 활동하던 백 후보자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캠프에 합류해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미세먼지 저감 등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설계했다. 에너지 분야 대표 공약인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 달성’이 그의 작품이다.

산업부 장관에 현직 교수가 발탁된 것은 김영호 전 장관(2000년 8월 퇴임) 이후 17년 만이다. 이공계 출신이 산업부 장관으로 온 것은 이공계 출신으로 행시에 합격해 화제를 모았던 이희범 전 장관 이후 두 번째다.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부에 신재생에너지 전문가가 수장으로 온 것은 처음이다.

◇60건 이상 특허 발명…‘미다스의 손’= 백 장관의 연구 분야와 연구 실적은 주로 전자정보 소재 분야에 치중됐으며 민간과 정부와의 교류 활동은 눈에 띄지 않는다. 실제로 산업부 내에서도 그의 인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백 장관은 반도체와 2차 전지 관련 기업들이 주목하는 공학자였다. 그의 기술을 이전받은 기업이 대부분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그가 이전한 기술은 소재나 제조공정과 관련된 것들로 이를 이전받은 기업은 연간 몇 백 억에서 몇 천 억의 매출을 일으켰다.

대학교수가 평생 한 가지 기술을 제대로 상업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다스의 손’인 셈이다. 그가 대가로 받은 기술료만 25억 원에 이른다.

백 장관은 반도체 분야에서 사용되는 나노 입자에 관한 실용적 연구를 다수 진행했다. 백 교수가 진행한 연구의 대부분은 실제 산업에서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백 장관은 미국 클림슨대에서 무기재료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무려 165편의 국제논문을 발표했다. 인사 청문회에서 밝힌 특허 발명 수는 60건 이상이다. 저서도 3권을 집필했다. 이 중 기업에 기술을 제공해 히트 친 것은 반도체 표면 연마제와 리튬 제조 신공정이다.

2003년 케이씨텍이 기술을 넘겨받은 반도체 연마제(나노 세리아 슬러리)는 256 메가 D램급 이상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필수품이다. 과거에는 일본 등지에서 전량 수입했다. 케이씨텍은 이 기술 덕분에 연간 200억 원 상당의 물량을 국내에 독점 공급하는 기업이 됐다.

그는 과거 한양대 학보사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실용적인 연구를 하는 것이 제 의무라고 생각한다. 근본적인 연구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연구 결과를 실제 사회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고 했다.

2004년 삼성SDI에 이전한 리튬 2차 전지 공정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이는 솔벤트 등 기름 성분을 쓰던 기존 공정을 물을 쓰는 공정으로 대체했다. 비용을 줄이고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는 작업 환경도 개선했다.

백 장관은 미국 연구진과 공동으로 고효율 화합물 반도체 태양전지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백 장관은 공학 분야 논문을 잘 받아주지 않는 영국 학술지 네이처에 태양전지를 제조 관련 신기술 논문을 발표해 국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를 이용하면 기존 기술에 비해 제조 공정 시간과 웨이퍼 비용을 10분의 1 정도 줄일 수 있다.

◇문재인 정부 탈(脫)원전 정책 밑그림 = 백 장관은 선거 캠프에서 에너지 전문가로 문 대통령의 ‘탈원전’ 밑그림을 그렸다. 지난 4월 신재생 청정에너지 전문가 다섯 명 중 한 명으로 문재인 캠프의 대선 공약 입안 작업에 합류했다. 그는 김광두 교수가 주관해 온 ‘새로운 대한민국위원회’ 에너지팀 팀원으로 활동해왔다.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는 백운규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정연길 창원대 나노신소재공학부 교수, 양성훈 베이츠화이트 컨설턴트, 우타관 성일터빈 대표, 김용식 비제이파워 대표가 경선 캠프 산하 새로운 대한민국위원회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새 정부가 내놓은 에너지 정책의 주요 뼈대를 만든 백 장관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는 한양대 무기재료공학과 동문이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인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백 후보자와 임 실장은 한양대 학부 4년 선후배 사이로 백 후보자가 82학번, 임 실장이 86학번이다.

백 장관은 평소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을 강조해왔다. 그는 올 초 한 인터뷰에서 “지금 국민이 원하는 시대적 가치는 ‘맑은 공기와 안전한 사회’”라며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고 원전은 현재 건설 중인 것만 허용하되 수명 연장을 허용하지 않아 2060년대 중반에 원전 ‘0(제로)’를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비용 고효율 태양전지 등 미래형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에 주력해 온 백 후보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겠다는 정부 계획을 현실화할 적임자로 평가된다.

백 장관은 평소 지론대로 친환경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에너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인 그림은 올해 말에 나올 8차 전력수급계획에 담긴다.

당장 국무조정실과 함께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점은 그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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