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가 분사한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놓고 반도체 사업 협력사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이달 최종 담판에 돌입한다.
WD의 스티브 밀리건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안으로 일본을 방문해 도시바의 쓰나카와 사토시 사장과 도시바메모리 매각 건에 대한 결론을 내는 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23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도시바는 WD와의 법적 분쟁을 종결해 매각 협상을 진전시킨다는 의도다.
현재 WD는 도시바와의 합의에 따라 도시바메모리 자산 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다음 주 작업을 끝낼 예정이다. WD는 미국 사모펀드 KKR,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 일본정책투자은행과 연계해 약 1조9000억 엔(약 19조6106억 원)에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WD는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면 국제중재재판소에 제기한 도시바메모리 매각 금지 요청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의사를 도시바 측에 전달했다. 도시바는 이달 안에 이사회 승인을 얻어 WD와 최종 계약을 맺는다.
당초 도시바는 지난 6월 우리나라의 SK하이닉스가 포함된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주도의 한미일 연합에 우선협상권을 줬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도시바메모리 경영권 확보 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커진 데다가 합작 파트너인 WD가 자사 이외 다른 업체에 도시바메모리가 넘어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보여 WD·KKR 연합으로 갈아타게 됐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도시바는 중재법원이 WD의 주장을 인정하면 아예 매각이 무산될 수 있고 WD 측도 반도체 사업에 악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해 양사 모두 화해의 길을 모색하게 됐다. 도시바는 메모리 부문 매각을 내년 3월 말까지 완료해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고 도쿄증시 상장을 유지하려 한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도시바와 WD가 인수액이나 출자 비율 등을 놓고 이견을 풀지 못하면 매각 협상이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진다. 그렇게 되면 도시바는 다시 한미일 연합과 협상을 진행하고 증자 등 새 대책도 모색해야 한다.
WD로의 매각이 결정난 이후에도 각국의 반독점 심사가 변수로 남아있다. 반독점 심사에는 6~9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특히 ‘반도체 굴기’를 꿈꾸는 중국이 반대하거나 심사를 장기화하는 등 딴지를 걸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