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5년 실형]김진동 부장판사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

입력 2017-08-25 17:47 수정 2017-08-2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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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본질은 정치 권력과 자본 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다."

25일 오후 3시18분께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는 이날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며 양형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정경유착' 사건으로 규정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임원들이 우리나라 경제 정책에 막강하고 최종적인 결정 권한을 가진 대통령에게 승계 작업에 대한 도움을 기대하며 뇌물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자금의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범행까지 이뤄졌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번 범행으로 국민의 실망감이 크다고 강하게 꾸짖었다. 재판부는 "국민은 대통령 직무의 공공성과 청렴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최대 기업집단 삼성그룹의 도덕성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최고 정치권력자인 대통령과 대규모 기업집단이 관련된 정경유착이라는 병폐가 과거사가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로 인한 신뢰감 상실은 회복하기 쉽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회장 등이 우리나라 최대 기업인 삼성의 임원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은 점도 비판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이 삼성을 대표하는 임원이라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했다.

특히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그룹의 총수로서 사실상 범행을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범행에서 대통령 청탁의 대상이었던 '승계작업'의 주체"라며 "승계작업의 성공으로 이익을 가장 많이 향유할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삼성그룹의 우두머리로, 부하 직원들에게 정유라(21) 씨 승마 훈련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지원하도록 지시·관리한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 부회장이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응했다고 보고, 이를 양형에 고려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은 직접 대통령으로부터 승마와 영재센터에 대한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지원 요구를 받은 당사자"라며 "대통령의 요구를 쉽사리 거절하거나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판결을 선고한 재판장 김 부장판사는 법원 내 '원칙주의자'로 꼽힌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 부장판사는 원칙을 중요시하지만 유연하고 자신의 소신에 따라 판결한다"고 평했다.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재판 과정에서 양측의 의견을 들은 뒤 소신껏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진경준(50·21기) 전 검사장의 '넥슨 주식 대박' 사건이다. 진 전 검사장은 김정주(49) NXC 대표로부터 공짜로 받은 주식을 팔아 120억 원대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 재판장이었던 김 부장판사는 진 전 검사장과 김 대표의 관계를 '지음(知音)'에 비유하며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당시 법조계 안팎에서는 "뇌물죄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판단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을 뒤집고 뇌물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충남 서천 출신의 김 부장판사는 동국대 부속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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