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의 세계는 왜?] G2에 부는 ‘애국주의’ 열풍… 트럼프·시진핑, 제 발등 찍을 수도

입력 2017-08-2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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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차장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에 ‘애국주의(愛國主義)’ 열풍이 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미국 우선주의’를 더욱 강조하면서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애국주의는 민족정신의 핵심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가 애국주의를 넘어서 배타적이고 극단적인 국수주의(國粹主義)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달 중순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일어났던 폭력 시위는 이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이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자신을 애국주의자로 포장하면서 최근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트럼프 자신도 샬러츠빌 사태에 대해 백인우월주의자들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일제히 등을 돌리는 등 홍역을 치렀다.

미국인에게 다시 일자리를 돌려 주겠다며 추진하는 보호무역주의도 위험한 행보이다. 사실 그동안 자유무역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본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자유무역을 통해 전 세계 제품을 싼값에 살 수 있는 풍족함을 누려왔다. 애플과 구글, 아마존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번영을 누리는 것도 세계시장을 그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에서는 애국주의를 한층 고취시키는 액션 영화인 ‘전랑 2(戰狼 2)’가 공전절후(空前絶後)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말 개봉하고 나서 2주 만에 중국 역대 1위 흥행 기록을 세웠고, 최근에는 중국 영화 중 처음으로 세계 역대 영화 흥행수입 100위 안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인 ‘중국몽(中國夢·중국의 꿈)’을 부르짖는 시 주석으로서도 전랑 2의 흥행 성공은 기꺼울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시 주석 자신이 짊어져야 할 위험 부담도 커지게 됐다. 실제로 최근 중국의 외교 관계가 매끄럽지 않게 된 데는 너무 애국주의에 함몰된 나머지 스스로 족쇄를 채웠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한반도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는 절대 안 된다고 강경 방침을 천명하면서 한국의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 인도와는 50여 년 만에 가장 심각한 국경 분쟁을 빚고 있다. 중국 정부가 좀 더 유화적인 자세로 돌아서려 해도 애국심에 흠뻑 빠진 중국인이 쉽게 납득하겠는가.

시 주석은 올가을 5년 만에 열리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에서 자신의 권력 기반을 확고히 다지고자 올해 정책 최우선순위를 안정에 뒀다. 그러나 애국주의의 덫에 빠져 주변 정세는 더욱 험악해지는 형국이다. 또 중국 국내 상황이 불안정해질 위험도 있다. 중국은 2012년 센카쿠 열도(尖閣列島·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갈등에 폭력적인 반일 시위가 일어나 정부가 황급히 제동을 걸어야 했던 경험도 있다.

중국에서는 1990년대 이후 애국주의 교육을 듬뿍 받고 자란 세대를 ‘샤오펀훙(小粉紅·작은 분홍색)’으로 부르고 있다. 이들은 중국에 대한 작은 비판도 참지 못하고 온라인에서 무차별 공격을 감행한다. 마치 문화혁명 시대의 홍위병을 연상하게 하고 있다.

모국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사랑하는 문자 그대로의 애국주의가 나쁠 게 뭐 있겠느냐마는 우리는 이미 정치인들이 애국주의를 강조했을 때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제국주의 일본과 나치 독일, 우리나라의 과거 군사정권이 그토록 역설했던 것이 애국주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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