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대법원 “사생활 보호는 기본권”…모디 정부, 생체인식 신분증 계획에 타격

입력 2017-08-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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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55년 만에 기본권 인정…지문·홍채 등 생체정보 담은 신분증으로 탈세·부패 막으려던 시도 차질

인도 대법원이 사생활 보호는 기본권에 속한다는 역사적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펼치던 생체인식 신분증 계획은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9명의 대법관들은 24일(현지시간) 사생활 보호는 인도 시민의 생명과 자유 보호를 규정한 헌법 21조에 속하는 권리라고 만장일치로 판단했다.

사생활 보호는 인도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되지 않아 그동안 논란이 있어왔다. 대법원은 앞서 지난 1954년과 1962년 판결에서는 사생활 보호를 기본권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55년 만에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그러나 모디 정부는 13억 인구를 대상으로 지문과 홍채 등 생체정보를 담은 신분증을 발급해 탈세와 부정부패 등을 막으려던 시도에 차질을 받게 됐다.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전 국민 신원정보체계가 없던 인도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국민 각자에 12자리 고유번호와 더불어 얼굴 사진과 생체정보를 포함한 신분증인 ‘아다르(Aadhaar)’ 체제 구축을 추진해왔다.

모디 정부는 더 나아가 아다르를 복지혜택 신청, 은행계좌 개설과 세금 납부, 열차표 구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민 활동과 연계했다. 아다르 지지자들은 그동안 출생증명서가 없었던 많은 사람이 신분증 발급으로 정부와 은행의 다양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졌다고 주장했다.

아다르는 계좌 개설이나 대출, 연료 보조금 수령 등에서 신분증 확인이 의무화해 부패 관리들이 돈을 뒤로 빼돌리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또 세금을 환급받으려면 아다르가 필수적이어서 탈세를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 인도는 소득세를 내는 사람이 57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에 불과하다.

그러나 시민운동가들은 정부가 시민 각각의 상세한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돼 지방관리들이 유권자 개개인의 생활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며 복지혜택 신청 등에 아다르를 의무적으로 제시하는 것을 금지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의 이날 판결이 아다르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의무화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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