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대법원이 직무유기와 부정부패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아온 잉락 친나왓 전 총리가 25일(현지시간) 선고공판에서 불출석하자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법원은 공판을 9월 27일로 연기했다. 칩 쫄라몬 판사는 “잉락이 변호인을 통해서 몸이 아파서 출석할 수 없다며 재판 연기를 요청했다”며 “그러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의료 진단서가 제출된 적이 없기 때문에 주장을 믿지 않는다. 신병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잉락은 당초 이날 쌀 수매 관련 부정부패로 10년형을 선고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그는 지난해 민사소송에서 350억 바트(약 1조170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재판 불출석에 잉락이 해외로 도피했거나 모처에 숨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잉락 측 변호인은 법원에 잉락이 현기증을 앓고 있어서 나오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이후 기자들에게는 태국에 있는지 여부를 모른다고 언급했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여동생인 잉락은 지난 2014년 군부 쿠데타에 의해 축출됐다. 그는 2011~2014년 총리 재임 당시 시장가보다 최대 50% 높은 가격에 쌀을 수매하는 포퓰리즘 정책을 펼쳤다. 이 정책으로 오빠와 마찬가지로 농민에게 큰 인기를 얻었지만 태국 정부는 남아도는 쌀 비축물에 80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
잉락이 체포되면 지난 10년간 태국 사회의 심각한 충돌을 초래했던 정치적 분열이 재개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경고했다. 탁신 전 총리는 지난 2006년 쿠데타가 일어나고 나서 감옥에 갇히지 않기 위해 해외로 도피했다. 여전히 탁신 일가는 농촌으로부터 폭 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태국 왕가와 도시에서는 탁신 측을 혐오하는 편이다.
태국 군부는 3년 전 정권을 장악하고 지금까지 이를 놓지 않고 있다. 태국은 쿠데타가 자주 일어나지만 현 군부 통치는 1970년대 이후 가장 오래 가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