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가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를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 대신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포함된 ‘신(新)미일 연합’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27일 아사히신문은 “도시바가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 메모리의 매각을 협력업체인 WD 등으로 구성된 ‘신 미일 연합’과 계약하는 방향으로 합의했다고 26일 밝혔다”고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신 미일 연합에는 WD와 일본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이 참여했다.
인수가는 약 2조 엔(약 20조5422억 원)으로 알려졌다.
WD는 전환사채(CB)를 통해 1500억 엔을 도시바메모리에 투자하기로 했다.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꾼 후에는 의결권의 약 16%를 보유한다. WD는 앞으로도 의결권을 3분의 1 미만으로 유지해 의결 사항에 관여하지 않으며 임원도 파견하지 않을 방침이다.
아사히신문은 도시바도 매각에 1000억~2000억 엔을 투입해 일본 측 참가자가 의결권의 과반수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WD와 도시바 메모리가 동종업체이기 때문에 독점금지법 심사를 통과하려고 이러한 전략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와 WD는 도시바의 욧카이치 메모리 공장의 지분을 절반씩 보유하고 있으며 기술진이 정보를 공유해 제품을 개발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WD는 메모리 생산을 욧카이치 공장에 의존하고 있으며 도시바는 WD로부터 기술 정보를 받지 못하면 새 메모리 개발이 지체되기 때문에 인수로 인한 갈등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는 지난 6월 SK하이닉스와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 등 한미일 연합에 우선협상권을 줬다. 그러나 도시바와 제휴관계인 WD가 이에 반발해왔다. WD는 국제중재법원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법원 등에 도시바 메모리 매각 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걸기도 했다. WD는 이를 취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