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으면서 총수 공백에 따른 오너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오히려 이번 선고로 통해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향후 실적에 따라 주가 향방이 갈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1심 선고가 내려진 지난 25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주들은 대부분 1% 남짓한 등락폭을 보이면서 큰 움직임은 없었다.
1심 선고 당일 삼성전자는 전일대비 1.05% 하락한 235만1000원에 마감했다. 삼성물산(-1.48%), 삼성전기(-0.41%), 삼성SDS(-0.89%)가 소폭 내림세로 마감한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0.18%), 삼성생명(0.25%), 삼성카드(0.53%), 삼성화재(1.39%), 삼성중공업(2.79%) 등은 상승세로 장을 마쳤다.
다만, 이날 장중 그룹지배구조와 관련 있는 삼성물산(-1.48%)과 호텔신라(0.78%)의 주가가 크게 요동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실형선고에 따른 총수 공백이 삼성그룹 주가 흐름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총수 부재보다는 향후 실적에 따른 펀더멘탈이 주가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주가 급등 상황에도 사상 최대 실적 달성으로 현주가 수준이 PER 7.9배(2017년 기준), 6.9배(2018년 기준) 수준에 불과해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 삼성전기 역시 PCB의 신규 공급 및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점유율 증가로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사상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 기준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0.5% 늘어난 14조680억 원으로 추정된다. 또 삼성전기는 1161억 원의 영업이익을 전망되면서 전년 대비 806.4%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그룹사 가운데 호텔신라의 경우 3분기 영업이익은 24.6% 줄어든 191억원으로 추산되며, 삼성엔지니어링(-50.4%)과 삼성중공업(-59.5%)의 영업이익도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총수공백보다는 이제는 실적"이라며 "펀더멘탈이 견고한 삼성전자나 삼성전기 등은 좋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대규모 투자나 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다소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을 요한 증권사 한 연구원은 “삼성이 전장차 사업 분야 등 M&A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으나 총수 공백으로 인해 대규모 투자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삼성은 오너 공백에도 경영에 문제가 없을 정도의 시스템을 갖춰 놓은 기업”이라며 “총수 공백에 따른 오너리스크는 어느 정도 존재하지만 오히려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 등 경영 투명성 확보로 새로운 평가를 받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