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너간 삼성금융지주..삼성생명 역할론 대두

입력 2017-08-2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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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형 선고로 삼성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사실상 물건너가면서 삼성금융그룹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사 개편 작업을 추진해왔다. ‘전자-금융-물산’ 구도로 그룹을 운영하는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카드·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관리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러나 금융지주사 설립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금융지주사 전환 요건을 갖추기 위한 금융계열사 및 비금융계열사 지분 정리(삼성전자 지분 취득원가 적용 논란), 중간금융지주회사 입법 등 여러 사안이 실타래처럼 엉켰다.

이 가운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처리가 발목을 붙잡았다.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삼성생명은 비금융계열사의 최대주주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지분은 8.48%(보통주 기준, 특별계정 포함)다. 이에 대주주인 삼성물산(4.57%)보다 보유 지분율을 낮게 가져가려면 4% 가까운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그러나 매각 대금이 많게는 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물량 소화가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삼성은 지주사 전환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해 금융위원회에 직접 검토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계약자에 불이익이 갈 수 있다는 이유로 반려당했다.

이와 관련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애너리스트는 “내년 삼성전자의 2차 자사주 소각 시 삼성생명·삼성화재 보유 전자 지분이 10%를 초과한다는 점에서 삼성생명은 연내 혹은 내년 상반기에 삼성전자 지분 처리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의 역할을 공고히 하되 이 부회장 부재로 미뤄진 사장급 인사부터 단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룹은 ‘전자-금융-기타’ 구조로 운영하면서 이에 걸맞은 경영진을 새로 꾸려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초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이들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 연장됐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이재용 부회장 구속,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 등 그룹 경영공백 사태가 일어나면서 사장단 인사가 임기만 늘어날 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첫 재판을 앞두고 임시로 사장단 인사를 했던 것"이라며 "1심 결과가 나왔고, 재판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경영진 구성과 체제를 다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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