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 위상을 강화하려던 SK하이닉스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1위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고, 2위 도시바와 3위 웨스턴디지털(WD)의 합병도 성사 직전이다. 게다가 2분기 시장점유율 순위도 4위에서 5위로 밀려났다.
29일 외신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도시바는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 메모리를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포함된 ‘신(新)미·일연합’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막판 협상에 들어갔다. 양측은 매각 조건 등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31일 매각 계약 성사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도시바가 애초 우선협상대상자였던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서 협상 대상을 갈아탄 것이다.
이로써 도시바와 손을 잡고 낸드플래시 위상을 강화하려던 SK하이닉스의 시도는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에선 확고한 2위 업체지만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시장점유율이 10% 안팎에 불과하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10.6%로 전분기(11.4%) 대비 하락했다. 시장 순위도 5위로 내려앉았다. 마이크론을 밀어내고 4위에 오른 지 한 분기 만에 다시 추월당했다.
선두권 업체들의 움직임도 SK하이닉스에는 위협적이다. 2분기 시장점유율 38.8%로 선두를 굳게 유지한 삼성전자는 전날 중국 시안에 3년간 7조8000억 원 규모의 낸드플래시 증설 투자를 결정했다. 또 2위 도시바(16.1%)와 웨스턴디지털(15.8%)이 사실상 하나로 합친다고 가정하면 낸드플래시 시장의 32%를 점유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닉스가 이제 단시간에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3D 낸드를 중심으로 한 자체 투자와 기술 개발로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설비투자 금액 상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