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 칼럼] ‘우리 이니’의 언짢은 ‘우리 편 인사’

입력 2017-08-2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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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넘긴 지금 70~80%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지율이 고공 행진하는 것은 직무 자체보다는 문 대통령의 탈권위적 행보(行步)와 소통, 정교하게 기획된 이벤트 덕분으로 보인다.

국민의 눈물을 씻어주고 상처를 어루만지며 안아주는 행동은 우리나라에서 한동안 보기 어려웠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백성을 다친 사람 보듯 하라”[視民如傷]는 고전의 가르침을 실행하는 자세는 누구도 시비를 걸기 어렵다. 대통령 덕분에 힘이 나고 마음 든든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안 하던 일만 해도 점수를 딸 수 있게 돼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인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유족들을 대통령이 처음 만났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대통령이 처음 사과를 했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청와대 기자회견이 각본 없이 진행돼 문답이 오갔다. 각종 기념식과 행사에서는 대우받는 사람들의 면면이 달라졌다. 대통령은 합참의장 이·취임식에도 처음으로 참석했다.

대통령만이 아니다. 검찰총장이 경찰청을 처음 찾아갔고, 행안부 장관이 민방공 훈련에 처음으로 직접 참여했다. 대법원장 후보자가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대법원에 나타난 것도 처음이다. 대통령 우표가 매진돼 추가 생산을 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모든 게 ‘이니(문 대통령의 애칭) 효과’다.

무엇이든 처음인 것은 신선하고 신기하다. 깊은 인상과 감동을 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첫걸음, 첫눈, 첫사랑, 첫인상… 그래서 이렇게 중요한 ‘첫것’들은 다 붙여 쓰게 돼 있나 보다.

그런데 첫것은 새것이고 생것이며 날것이고 풋것이다.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니 잘 다루거나 제대로 적응하기 어렵고, 안심하고 소화시키거나 이를 재료로 뭔가 만들어 내는 데 특별한 학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든 일반단체든 언제까지나 새것과 첫것에 기대어 조직을 이끌어갈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이쯤에서 유의해야 할 것이 바로 ‘새것 콤플렉스’다.

새것의 가장 큰 빌미, 또는 새것이 가장 크게 기댈 수 있는 언덕이 촛불이다. 촛불정신의 계승과 구현이 새 정부의 의무이며 의의라는 생각, 이것이 좀 더 확대돼 직접민주주의를 찬양하거나 그런 힘에 편중된 기세로 적폐 청산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출소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재판이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대통령을 ‘묻지 마’ 지지하면서 비판자들에게 문자폭탄을 보내는 이들의 광적 열기에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

걱정스러운 것은 역시 인사문제다. 그동안 신선하고 파격적인 인사를 보아온 터에 류영진 식약처장,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기용은 실망스럽다.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이 중 박기영 씨는 마지못해 사퇴했지만 전문적이고 과학적이어야 할 분야의 인사가 아주 비전문적이고 불과학적이다.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정치권을 기웃거려온 인사(이유정)를 지명한 것도 부적절해 보인다.

법조개혁, 국방개혁을 위해 기수와 서열을 파괴한 인사는 이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발탁한 인사가 적임자냐 하는 점에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개혁의 대의(大義)는 충분히 지지할 수 있다. 그런데 자질이나 자격 미달 논란을 부른 경우는 그 사람이 캠프 출신인 경우다. 민주노총 출신으로 처음 노사정위원장에 위촉된 문성현 전 민노당 대표도 캠프 출신이다. 그가 어떻게 공정하게 활동할는지 두고 봐야겠지만 한계는 있을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선출 직후 수락연설(이런 웃기는 말 말고 다른 말이 없는지)에서 “코드인사 등 모든 불합리에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지만, 우리 편만 챙기는 발탁, 우리 편의 문제점에는 눈 감는 기용은 앞으로 심각한 문제를 빚을 수 있다.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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