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업계가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 진원지는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현대·기아자동차다.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중국의 사드 보복과 하루 앞으로 다가온 통상임금 1심 판결에 끊이지 않는 노조 파업까지, 현대·기아차를 둘러싼 잇단 악재가 완성차뿐만 아니라 부품업계 등 자동차 산업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30일 현대차는 중국 베이징에 있는 1~3공장과 창저우에 위치한 4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연료탱크 등을 공급하는 부품업체인 베이징잉루이제가 베이징현대로부터 받아야 하는 대금이 밀리자 납품 공급을 중단한 탓이다.
현대·기아차가 중국의 사드 보복 때문에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현대·기아차와 함께 진출한 현지 협력사들의 어려움 역시 커지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한다.
실제로 중국 현지에 현대차와 함께 진출한 한국 부품 업체(145개사)들 대부분이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3월 이후 부품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드 보복으로 현대·기아차의 가동률이 50%가량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대·기아차 같은 대기업도 힘든 상황에서 자금력과 사업 기반이 약한 협력사의 어려움은 더 크다”고 말했다.
중국 현지에 진출한 협력사뿐만 아니라 국내 협력사들도 상황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현대·기아차의 국내 상황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문제인 노사 분규가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현대차는 10일부터 8차례에 걸친 노조 부분 파업과 3차례 주말 휴일 특근 거부 등으로 차량 3만8000대, 8000억 원의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수차례 진행된 파업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노조는 29일 사측과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잠정 중단했다. 4월부터 진행한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장기화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기아차 통상임금 1심 판결은 현대·기아차뿐만 아니라 자동차 산업 전반을 뒤흔들 ‘시한폭탄’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기아차가 패소하면 완성차와 부품사에서만 2만3000명이 넘는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동차 협력업체들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기아차 협력업체인 영신금속 이정우 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에 통상임금 문제까지 겹치면 국내 부품사들의 어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모두 망하거나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라고 말했다.